소상공인에게 새로운 진입장벽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하 전안법)’ 일부조항의 적용시점을 연말까지 유예하는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과잉규제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낮은 단가 제품을 저마진으로 소량 판매하는 소상공인에게는 전안법이 새로운 시장 진입장벽이 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지난 1월28일 시행된 전안법은 ‘전기용품 안전관리법’과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을 통합해 하나의 법률로 규정한 법이다. 이전에는 유아복이나 전자류에 국한됐던 제품안전성에 대한 국가공인인증(KC)을 전기용품뿐만 아니라 의류나 신발 등 생활용품 전반에 확대하도록 했다. KC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들은 제조, 수입, 판매, 구매대행, 중개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 이후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한다는 게 당초 입법 취지였지만, 전안법 개정 과정에서 의견수렴이 부족했고 제품시험비용이 증가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비난이 거셌다.

특히 전안법상 ‘생활용품’은 맞춤제품을 제외한 모든 의류, 공예품, 커튼, 가구, 양초 등을 포함한다. 단순공정으로 다품종 소량, 신속 생산이라는 특성을 가진 소상공인들의 시간적·비용적 피해가 크고, 이는 결국 제품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물가를 상승시킨다는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안전성 검사를 받으려면 제품을 생산하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것이 소상공인들의 주장이다.또 KC인증을 받기 위한 수수료는 품목당 수십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 수준이다. 낮은 단가 제품을 저마진으로 소량 판매하는 소상공인에게는 새로운 시장 진입장벽이 되는 것이다. 의류제조업의 경우 수십에서 수백종류의 옷을 수시로 생산하고 그 판매기간도 짧은데, 새로운 옷을 만들 때마다 수십만원의 인증수수료를 지출하게 된다. 특히 액세서리, 의류, 양초 등 소규모 핸드메이드 공방 같은 영세업자들은 시장진입 자체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우여곡절 끝에 법개정을 통해 올해 말까지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지만, 업계는 현실에 맞춰 전안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생활용품의 분류에서 핸드메이드, 공예품 등을 예외로 두는 등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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