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 위의 점심’, ‘올랭피아’, ‘피리부는 소년’,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에두아르 마네(1832.1.23~1883.4.30).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마네는 인상주의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그의 화가 인생이 순탄했던 건 아니었다. 아버지는 그가 화가가 되는 걸 반대했으며, 17세에 선원 생활을 하기도 했고, 파리 살롱전에는 수차례 낙선을 거듭한 끝에 1861년에야 겨우 입선을 할 수 있었다. 마네가 화단에 주목을 받은 계기는 1863년 ‘풀밭 위의 점심(Le Déjeuner sur l’herbe)’과 1865년 살롱 입선작 ‘올랭피아(Olympia)’를 발표한 후다.

에두아르 마네 ‘올랭피아(Olympia)’, 1863, 오르세 미술관<자료=아트브런치 제공>

이 두 작품에 대해선 거센 비판이 쏟아졌으나 피사로, 모네, 시슬레와 같은 젊은 작가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으며 인상주의의 서막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당시 마네는 검은색을 기피하며 빛의 움직임을 표현해내는 다른 인상파 화가와 달리 검은색을 대담하게 캔버스에 사용해 오히려 밝은 색면의 강렬한 느낌을 표현했다. 젊은 작가들이 환호한 이유다.

그녀의 뮤즈였던 베르트 모리조(Berthe Marie Pauline Morisot, 1841.1.14~1895.3.2)는 프랑스화가협회에 소속돼 활동하던 인상파 화가다. 마네가 파리 살롱전에 수차례 낙선을 했던 것과는 반대로 모리조는 수차례 입선을 하며 당시에는 드물게 여성화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미술사에서 모리조는 마네의 후광에 가려져 있지만 오히려 1874년부터 모네, 시슬레, 르누아르 등과 함께 19세기 인상주의가 꽃을 피우던 시기 활동한 대표적인 여성작가다. 오르세 미술관에 ‘요람’ 등의 작품이 소장돼 있는 것만 봐도 화가로서 이룬 그녀의 예술적 성과가 미술사에서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두아르 마네 ‘제비꽃 장식을 한 베르트 모리조’, 1872, 오르세 미술관<자료=아트브런치 제공>

마네가 모리조를 그린 대표작 ‘베르트 모리조의 초상’을 보고, 시인 폴 발레리는 “이 작품은 마네 예술의 정점이다. 마네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 이 작품보다 위대한 작품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팡탱 라투르의 소개로 살롱 드 파리에서 처음 만난다. 사람들이 마네가 발표한 작품을 비난할 때다, 그녀는 철학과 소신이 뚜렷한 마네의 화풍에 매력을 느끼고 그를 옹호한다. 마네 또한 수십 점에 달하는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며 마음을 드러낸다. 모리조가 영감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같은 모델을 중복해서 쓰지 않는 마네가 오직 모리조만 캔버스에 담았다는 것이 사랑의 증표다. 하지만 둘은 결혼에까지 이르진 못한다. 마네에겐 작품 활동을 헌신적으로 지원하는 마음이 넓은 아내가 있었다. 결국 모리조는 마네의 동생인 외젠 마네와 결혼해 마네를 곁에서나마 지켜보는 걸 선택한다.

모리조는 자신이 죽기 직전까지 마네의 사후 전시회를 준비했고, 경매에서 유찰된 작품을 사비로 매입하기도 했으며, 프랑스 정부에서 마네의 ‘올랭피아’ 작품을 구입하도록 설득하는 등 예술가로서 마네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그녀의 인생 전부를 바쳤다. 둘의 사랑이야기는 영화 ‘마네의 제비꽃 여인:베르트 모리조’에 아름답게 표현돼 있다. 원제는 베르트 모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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