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그저 어렵다는 말로 현실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어깨에 얹힌 천근만근 삶의 무게가 가혹하기까지 하다. 지난 3일 아르바이트 구직사이트 ‘알바몬’이 4년제 대학생 36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3명 중 1명이 빚을 짊어지고 있다. 평균 2580만원이다. 82.3%(복수응답)가 ‘학비(등록금) 마련’ 때문에, 34.0%는 ‘개인생활비’ 때문에 빚을 졌다고 했다. 또 대학생을 포함 20대 4명 중 1명은 현재 2개 이상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청년층만큼이나 노년층의 삶도 팍팍하다. 지난 2일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16’을 보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2015년 기준 65살 이상 노인가구 중 가처분소득이 중위소득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노인빈곤율은 44.7%, OECD 평균의 4배에 육박한다. 또 노인 10명 중 4명만 공적연금을 받고, 이 또한 월평균 31만원에 불과하다. 2015년 기준 노인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27만6000원이다. 퇴직 후 소득이 없다면, 공적연금을 받는 10명중 4명도 병원비를 제외하면 월 생활비가 4만원이다.

한창 일할 때인 30~50대 안팎의 근로자들은 좀 나을까?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비정규직 차별해소 토론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869만명이나 된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절반(44.3%)에 가깝다. 이들의 임금은 월평균 150만원으로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도 한국남성의 기대수명은 78.5세, 여성은 85.1세다. 비정규직은 150만원의 수입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퇴직 후의 삶까지 준비해야 한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2인 가족 최저생계비는 105만1048원이다. 노인빈곤층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규직의 과잉보호를 완화하고, 높은 초임은 줄이며, 파견직을 늘려 고용 유연성을 높여 기업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근로자들의 하향평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모든 근로자를 사실상 비정규직으로 바꾸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가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한마디로 소득이 양극화돼 있는데다, 마땅한 그리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보장못받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을 포함 근로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있고, 안정된 그리고 공평한 소득이 생긴다면 기나 긴 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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