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경제는 성장을 하지만, 세계 각국의 정치이슈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보호무역·국수주의가 정책에 반영되는 경우, 자유무역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평가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시 유닛(EIU, Economist Intelligence Unit) 플로리안 칼바쳐 동북아총괄이사는 “올해 글로벌트렌드는 회고적 국수주의, 트럼프 효과의 불가측성, 세계경제의 성장으로 볼 수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미국, 유럽, 중국 등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기이코노미

미국은 지난해 글로벌 경기회복 둔화와 달러강세에 따른 수출기업 부진 등으로 1.6% 성장에 그쳤다. 2015년 대비 1.0%p 감소했으며 2011년 이후 최저치다. 그러나 올해 트럼프 행정부가 조세감면, 인프라 투자 등 경기부양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측돼 기업투자가 활성화 될 전망이다. 또 지난해 시간당 임금상승, 주택가격 상승 등에 힘업어 가계소득이 늘어 소비지출도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지난해 소비자신뢰지수는 2014년 이래 최고치를 경신해 소비심리 회복세를 보였다. 저유가로 인해 위축됐던 에너지 관련 투자도 재개될 전망이다. 올해 원유감산에 따른 유가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투자가 늘고, 소비증대로 인해 내수가 살아나면서 대략 2.3%의 경제성장이 예측된다.

유럽은 지난해 소비회복에 따라 내수가 살아나면서 1.5%를 상회하는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독일, 프랑스 등이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실했다. 실업률 개선, 임금상승 등이 이뤄지면서 소비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지난해부터 실업률이 점진적으로 하락, 2011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스페인 등 지역별로 노동개혁도 추진되고 있다. 물론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유럽내 교역량이 줄고, 기업 생산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달리 영국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칼바쳐 이사의 분석이다. 향후 유럽연합이나 여타 국가들간의 FTA 등 협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져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국은 연착륙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최근 몇 년간 중국경제는 과잉생산 업종과 한계기업 구조조정, 소비·서비스업 중심 경제구조로의 전환 등으로 둔화세를 이어갔다. GDP 성장률은 2010년 10.6%에서 2015년 6.9%, 2016년 6.7%로 둔화된 이후 2년 연속 6%대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산업구조개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경기둔화는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기업부채와 부동산 버블,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기업부채는 지난해 1분기 기준 GDP 대비 169.1%로 미국(71.6%), 일본(100.5%)에 비해 높다. 은행권 부실대출 규모도 2015년 상반기 1조900억위안에서 2016년 같은 기간 1조4400억위안으로 급증했다.

일본은 1%대의 저성장세를 이어간다. 2016년 일본경제는 지난 3년간 양적·질적 금융완화정책 시행에도 뚜렷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경기회복이 지연됐다. 자동차 등의 수출제조업 기업들의 실적증가에도,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저성장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여성인구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오르는 등 소비확대 움직임도 있어 지난해(0.9%)보다 경제성장률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함께 신흥국 경제 또한 지난해보다 나아질 전망이다. 러시아는 유가상승·경제제재 완화로, 브라질은 원자재 가격상승·정치적 안정으로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날 것이란 평가다. 인도는 모디노믹스의 제조업 육성정책, 투자확대로 고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며, 7%대를 상회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긍정적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세계교역 부진 가능성 등 불안요인도 존재한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전시상황, 긴급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의회가 관세를 결정한다. 트럼프가 후보시절에 내세운 중국산 제품에 대한 45% 관세부여 등 극단적인 정책은 추진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칼바쳐 이사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세제개혁을 통한 간접적인 보호무역 정책은 펼칠 수 있다. 최근 논의가 활발한 ‘국경조정세(BAT)’가 대표적이다. 이런 정책이 시행되는 경우 세계교역이 위축되고, 신흥국 수출감소로 성장동력 약화 등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올해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에 대선이 예정돼 있는데, 어떤 성향의 행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국수주의, 포퓰리즘이 인기를 얻고 있어 보호무역 기조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다.

칼바쳐 이사는 “글로벌 경제 회복세가 이어지더라도 전세계적으로 국수주의가 인기를 얻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리스크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추이를 관심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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