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가 10일 오전 찾은 가락시장 제1주차동 옆은 철거공사가 한창이었다. 대형차량 두 대가 시장 진입로를 막아선 가락시장 청과직판장 주변에는 새벽 도매영업이 이미 끝났는데도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기자가 이 구역에 들어서자 낯선 사람으로 인식한 상인들이 주변으로 모여와 긴장된 눈빛으로 어디서 왔는지 묻는다. 안내를 받아 상인회 사무실로 가는 길에 안내하는 상인이 말한다. “청과직판장 철거를 위해 오늘 집행관이 온다는 소문이 있어 영업이 끝났는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돌아가지 못하고 상점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여름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으로 청과직판 상인들이 이전을 시작했지만, 이를 거부한 320여명의 상인들과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와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사진은 가락시장 청과직판동에 걸린 펜스와 점포폐쇄 알림(위), 공사는 지난 1월30일 대형차량 두 대를 이용해 청과직판으로 통하는 북문초소 출입구를 폐쇄했다(아래).   ©중기이코노미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에 따라 청과직판 상인을 ‘가락몰’로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이전하지 않은 330여명의 상인들과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와의 갈등이 시작된지 705일째 되는 날이었다.

지난해 항소 끝에 명의이전(명도) 소송에 패소한 가락시장 청과직판상인들은 지난해 12월을 끝으로 임대차계약도 종료됐다. 청과직판장 옆 제1주차장 철거를 시작으로 공사측은 설날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월30일 대형차량 두 대를 이용해 청과직판으로 통하는 북문초소 출입구도 폐쇄했다.

점포 명도를 위해 공사측이 지난 2월6일 강제집행을 예고했고, 이후 두 차례 강제집행 시도가 있었다. 그 때마다 청과직판상인협의회는 몸으로 막아냈고, 그 과정에서 부상자도 생겼다. 공사측은 이제 북2문 폐쇄와 청과직판동 단전을 예고했고, 상인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24시간 현장을 지키고 있다.

청과직판상인협의회 지상도 부회장은 “물리적 충돌로 서로 상처받고 고통 받을 것이 아니라 상생의 차원에서 풀어간다면 좋은 선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청과직판상인협의회 지상도 부회장은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가락몰로 가면 생존의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생존보장 대안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약자는 우리다. 한두번은 물리적으로 막아낼 수 있겠지만 결국은 쫓겨날 것”이라며 “물리적 충돌로 서로 상처를 줄 것이 아니라 상생차원에서 풀어간다면 좋은 선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 부회장에 따르면 현재 협의회와 공사측은 다섯차례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요구사항을 전하고 풀어가고 있다.

지 부회장은 “가락몰은 소매를 목적으로 지어진 구조이기 때문에 도매영업이 90% 이상인 이곳 상인들에게는 영업 자체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현재 청과직판장의 경우 손님들이 미리 주문을 하고, 이곳에 오면 가게에서 물건을 고객의 차에 실어주는 형태로 판매가 이뤄지는데, 가락몰은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가락몰로 이전한 상인들도 대부분이 도매상인이다. 공사가 소매영업을 같이 할 것을 권유하지만, 소상인이 24시간 영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인력을 더 쓸 여력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가락몰 주차장은 한 쪽이 막혀있는 구조라 한번 들어간 차량은 유턴을 해서 돌아 나오거나 중간의 통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차량이 몰리는 시간(새벽 4시에서 6시 사이)에는 교통마비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락몰로 이전한 상인들도 영업이 어렵고 임대료가 부담스럽다고 호소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지 부회장은 “이미 이전한 상인들도 영업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고, 지금 남아있는 공간이라고는 주차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후미진 공간뿐인데, 이 곳으로 누가 가겠느냐”며 “점포위치를 재배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존 입점상인들도 공사에서도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매업을 할 수 있는 대체 입지를 마련해 준다면 조금 좁고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얼마든지 옮겨갈 의향이 있다”고도 밝혔다.

가락몰 상인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임대료 부담스럽다”

기자가 다시 찾아간 가락몰은 지난해 7월 때처럼 한산했다. 당시보다 더 많은 상점들이 입점했지만 오가는 고객은 거의 없었다. 달라진 점은 한 벽면에 ‘가락몰 지하1층 입주상인들은 임대료 납부를 전면 거부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린 것이다.

공사측이 북2문 폐쇄와 청과직판동 단전공사를 예고하고 있어, 상인들은 이를 막기위해 24시간 현장을 지키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지 부회장도 “청과직판에서 영업을 하다가 일부 가락몰로 갔기 때문에 상권이 이원화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미 가락몰로 이전한 상인들도 영업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책없이 가락몰로 이전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대해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공사임대팀 이니세 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아직 가락몰 상권이 충분히 무르익은 상태는 아니지만, 상인들이 모두 입점했기 때문에 영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협의회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공사와 협의회가 다섯차례에 걸쳐 대화와 협의를 진행했다. 협의회가 제시한 요구안 중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대안을 마련해 오는 13일 공사와 협의회가 모두 모여 총회를 열고 협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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