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을 확보해야 할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후보에 지배주주의 동문이거나, 해당 기업의 법률자문사 소속 인사 등 지배주주와 사실상 ‘특수관계인’ 상당수가 선임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영진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이사로서 임무를 방기한 인물도 이름을 올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13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이달 17일 열리는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효성의 사외이사 후보 중 한민구 후보와 이병주 후보, 박태호 후보는 조석래 회장·이상운 부회장과 같은 경기고등학교 출신이다. 이 후보가 소속된 법무법인 태평양은 현재 지배주주인 조석래 회장이 연루된 형사사건에 대한 변호를 맡고 있다. 또 효성은 한 후보와 이 후보 둘을 감사위원으로까지 선임하는 안을 주총에 상정할 예정이다.

<자료=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중기이코노미

롯데손해보험은 정중원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문재원 감사위원을 재선임하는 안을 상정한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인 정 이사는 삼성계열회사로부터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을 인수할 때 롯데측 대리인이었다. 태평양은 또 2015년 호텔롯데의 뉴욕 팔래스호텔 인수시 자문을 한 인연도 있고, 롯데는 최근 그룹사 횡령·배임 수사와 관련해 태평양을 자문사로 선임했다. 또 현 문 감사위원이 고문으로 있는 법무법인 율촌 또한 호텔롯데의 IPO 관련 법률자문을 하고, 롯데멤버스㈜를 대리해 ㈜마이비의 L.pay 사업부문 영업양수도 거래시 자문 등의 인연도 있다.

하이트진로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로 오른 김영기 후보와 정병교 후보는 각각 하이트진로의 계열사 임원과 대표이사를 맡은 적이 있어 독립성을 확보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김앤장법률사무소 임창규 고문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자료에 따르면 김앤장법률사무소는 2014년 현대차그룹이 로펌에 맡긴 42건의 사건 중 20건을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대리했으며, 2011년부터 2015년 6월까지 로펌에 맡긴 142건 중 67건(47.2%)을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대리했다. 이와함께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의 김준규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우 서경배 회장과 같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인 신동엽 후보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신 후보는 2009년 3월부터 2013년 3월까지 4년간 계열회사인 태평양제약(현 에스트라)의 사외이사로 활동했고, 이번에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외이사가 되면 계열사를 포함, 이번 임기까지 총 11년간 사외이사로 재직하게 된다.

LG생활건강 또한 과거 거래가 있었던 법무법인 태평양의 표인수 변호사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로 올렸으며, GS건설도 김앤장의 신동규 고문과 최효성 회계사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로 올렸다. GS홈쇼핑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인 김앤장의 구희권 고문은 허태수 GS홈쇼핑 대표이사와 고려대 법대 동기다. 사외이사 후보인 권수영 현 고려대 경영대학장 또한 허 회장과 비슷한 시기에 고려대를 다녔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해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으로의 임무를 방기한 인물들도 재선임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현대모비스의 이태운·이병주 사외이사, 아모레퍼시픽의 김성수 감사위원, 효성의 김상희 후보 등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9년 이상 장기간 사외이사로 활동할 경우 지배주주 및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반대를 권고했다. 또 지배주주와 같은 학교 출신이거나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영진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이사로서 임무를 방기한 인물 등에 대해서도 반대를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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