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 율촌의 하태형 고문은 “한·미FTA 재협상을 통해 미국 공공인프라 시장에 진출하는 등 투자확대 기회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중기이코노미

법무법인(유) 율촌의 하태형 고문은 14일 열린 ‘한·미 FTA와 최근 통상이슈’ 세미나에서 “최근 미국내 한·미 FTA개정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기존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법률시장 개방확대 등과 함께 에너지 교역분야 확대를 추가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대신 미국내 공공인프라 투자에 주목하자고 제안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한·미 FTA로 미국의 적자가 두배 이상 늘었다고 지난 1일 발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주장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의 對한국 수출은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 줄었지만, 같은 기간 한국 제품수입은 130억달러(약 14조8000억원) 늘었다는 것이다. FTA로 인해 미국내 일자리가 감소하고, 제조업이 몰락했다고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다. 트럼프는 FTA를 ‘Free & Fair Trade Agreement’로 개정, 공정성을 강화하고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공표까지 했다.

이에따라 통상정책도 대거 바뀌었다. 미국의 경제성장 촉진과 일자리 창출, 제조기반 및 자주국방 강화, 농산품 및 서비스 수출촉진을 목표로 내걸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모든 정책적 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필요한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기관의 규정도 따르지 않는다. 세이프가드, 슈퍼 301조(외국의 불공정무역관행에 대한 보복을 규정하는 미국 무역법)와 같은 통상법도 더 엄격하게 적용한다. 이 가운데 한국이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FTA 재협상’ 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트럼프 행정부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헤리티지재단의 설립자 에드윈 퓰너는 최근 한·미 FTA 협정이 발효된 지 5년이 됐다면서 “새로운 기술과 혁신이 반영된 FTA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미국국가무역위원회 피터 나바로도 위원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무역 부정행위 기업’으로 지정하면서 한국에 대한 통상정책 강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미 FTA 재협상은 시기가 문제일 뿐 현실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러나 하태형 고문은 소폭 개정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FTA는 국가간 협정으로 대통령 개인이 의회의 동의없이 파기하거나 전면 재협상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공화당 내부의 반대 등으로 후보시절의 공약과 취임후 집행정책에 괴리가 있다는 점도 대폭 개정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이유 중 하나다. 트럼프 정부 정책순위에서도 세제개혁, 규제철폐, 에너지정책 등에 밀려 통상정책의 중요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재협상이 진행된다면 미국이 기존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의약품, 법률시장 개방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투명성 등과 관련한 내용이 의제로 나올 것이란 분석이 많다.

법률시장 개방과 관련, 한국은 FTA협정에 따라 개방을 견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의 이행상황이 실질적으로 미흡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15일부터는 국내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는 한미 공동사업체 설립이 허용되는데, 미국은 49%로 제한된 지분을 50% 이상으로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과 관련, 미국은 우리 공정위가 미국기업의 적극적인 반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 부과되는 과징금 액수도 수긍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공정위 조사에 대한 투명성 확보를 요구할 전망이다.

한·미 FTA 재협상시 에너지 교역부분도 새롭게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FTA를 체결했던 5년 전과 달리 미국이 셰일가스 대량 생산국으로 부상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은 셰일가스 수입을 통해 에너지 수입국을 다변화할 수 있고, 미국은 에너지수출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하 고문은 서비스분야 개방과 에너지교역을 늘리는 대신, 미국내 공공인프라 투자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트럼프가 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위해 임기 중 1조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공공인프라 투자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국정부의 공공인프라 투자가 감소하면서 2008~2013년 사이 미국의 인프라 관련 지출규모는 연평균 GDP 대비 2.2%에 그쳤다. 2016년 기준 미국의 공공인프라 등급은 세계 11위다. 일본(5위)과 프랑스(7위) 등 주요국에 비해 밑도는 수준이다.

대표적인 공공인프라 투자는 석유·천연가스 생산확대와 관련한 파이프라인 증설이다. 트럼프정부가 에너지부문 규제를 철폐하고 감세정책을 내세움에 따라 향후 철강, 원유시추 장비, 발전설비 관련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도로교통 정비와 상하수도 투자도 대폭 늘 것으로 보인다.

공공인프라 관련 국내기업의 수출은 향후 5년간 총 25억달러(연평균 5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별로는 석유제품(6억1000만달러), 운송장비(3억달러), 금속제품(3억달러) 순이다. 아울러 미국의 경기부양효과, 건설수주에 따른 부수효과 등 간접적인 영향까지 고려할 경우 실제 대미 수출 증가액은 더 커질 전망이다. 대규모 투자로 미국내 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한국의 전체 대미 수출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태형 고문은 “한·미 FTA를 단순 통상정책이 아닌, 미국의 내수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재협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를 미국 인프라투자 분야 교두보로 삼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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