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대형마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리면, 해당지역 소상공인들은 긴장하고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지역 소상공인단체는 대형마트 등의 입점으로 지역상권 피해가 우려될 때,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중기중앙회가 사업조정을 신청하면, 중기청은 당사자 간 자율협의를 바탕으로 상생방안을 논의하도록 하고 있다. 당사자 간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중기청은 사업조정심의회를 거쳐 대기업의 사업 인수·개시 등의 연기나 사업축소 등 권고를 내린다. 하지만 자율조정 과정에서 사업조정 신청을 철회할 것을 조건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단체에 금품을 제공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일부 중소기업·상인단체가 눈앞에 보이는 단기적인 이익을 쫓아 상생으로 포장된 금품을 받고, 대기업의 진출을 눈감아 주는 일은 ‘상생’이 아닌 ‘공멸’로 가는 길이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주영섭 중기청장은 “사업조정 단계에서의 상생기금은 불법이며, 중기청에서는 이를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불법이지만, 상생기금은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백화점 등의 대규모점포 인허가 단계에서 대기업과 일부 중소기업단체 등이 공공연하게 주고 받아 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총 842건의 사업조정 중 신청철회가 284건, 자율합의가 356건이었다. 신청철회나 자율합의 과정에서 대기업의 상생기금 약속이 있었으리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그래서 개정안에는 “사업조정을 신청한 중소기업자단체 또는 중소기업은 사업조정 대상 대기업 등으로부터 사업조정과 관련하여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요구하거나 받아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또 “사업조정 대상 대기업 등은 사업조정을 신청한 중소기업자단체 또는 중소기업에 대하여 사업조정과 관련하여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약속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사업조정제도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다. 대기업 진출로 인한 영업상의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 몫이다. 하지만 일부 중소기업·상인단체가 눈앞에 보이는 단기적인 이익을 쫓아 상생으로 포장된 금품을 받고, 대기업의 진출을 눈감아 주는 일은 ‘상생’이 아닌 ‘공멸’로 가는 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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