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보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보안역량이 취약한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매출감소, 기술탈취와 같은 피해를 입고 있다. 자료를 백업하고, 부서별 데이터 접근을 달리하는 등 사전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최근에는 ‘랜섬웨어(ransomware)’로 인한 기업의 피해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랜섬웨어는 사용자 컴퓨터에 침투, 중요 파일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금품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이다. 파일을 암호화해 열지 못하도록 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암호화된 파일은 암호키없이 복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파일이 복구된다는 보장도 없다. 주로 불법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이메일의 첨부파일을 통해 전파된다. 최근에는 보안이 취약한 사이트, 메신저 등 다양한 형태로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랜섬웨어에 감염되면 사용자의 컴퓨터 화면이 강제로 잠기거나 파일이 암호화된다. 사용자가 파일을 이용하려고 하면 팝업창이 뜨면서 랜섬웨어에 감염됐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제가 필요하다는 문구와 절차를 알린다.

복원을 하려면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유포자는 비교적 쉽게 수익을 올린다. 또 소스가 공개돼 있어 기존 악성코드에 비해 제작이 쉽다. 최근에는 전문업자에게 비용만 지불하면 쉽게 랜섬웨어를 제작하고 유포시켜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랜섬웨어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는 이유다.

파일에 암호걸어 사용막는 랜섬웨어…매출하락·기술탈취 피해

한국랜섬웨어침해대응센터에 따르면, 2015년 3월부터 12월까지 5만3000여건이었던 국내 랜섬웨어 감염 피해는 지난해 약 13만건으로 늘었다. 랜섬웨어 감염에 따른 시스템복구비용 등 피해금액도 109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전년 대비 3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클라우드 사용 증가, 사물인터넷(IoT) 대중화, 비약적인 기술발전 등에 따라 랜섬웨어 감염으로 인한 피해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랜섬웨어는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우선 암호 해제를 위해 개인에게 요구하는 금액보다 기업에 청구하는 돈이 훨씬 크다. 개인 단말기보다 기업 단말기에 중요한 파일이 저장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러시아 보안업체 카스퍼스키랩에 따르면, 암호화 해제와 관련 개인에게는 보통 30~50만원을 요구하지만, 기업에는 최소 몇백만원부터 몇천만원까지 요구한다. 정해진 시간내에 돈을 지불하지 못하면 요구액은 더 높아진다. 데이터 복구를 위해 기업은 울며겨자 먹기로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3월 미국 할리우드 장로병원은 1만7000달러를 지불하고 나서야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었다. 같은 해 5월 인터파크는 1030만명의 고객정보를 볼모로 30억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요구받기도 했다.

또 암호화 대신 기업의 기밀을 탈취하는 랜섬웨어도 생겨났다. 유포자가 이를 다른 곳에 판매하는 경우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어, 기술유출에 따른 2차 피해도 예상할 수 있다. 단순한 데이터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있는 기술이나 디자인 등도 빼앗길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복호화를 위해 요구하는 직접적인 금전 이외에도 시스템복구 비용, 운영장애, 매출 그리고 기업 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고객과 파트너사도 잃을 수 있다. 실제 지난해 7월 1억원 정도 거래하던 꽃거래플랫폼은 랜섬웨어 감염으로 복구비 500만원을 지불했으며, 고객신뢰가 떨어지면서 매출이 30%가 떨어졌다.

랜섬웨어에 감염된 후 돈을 지불한다 하더라도 자료가 복구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일부 랜섬웨어에는 오작동을 일으키는 소프트웨어 오류가 발생해 복호화 자체가 실패할 수도 있고, 당초 돈을 노리고 복호화키를 주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진화하는 랜섬웨어…속수무책 中企, 예방만이 최선책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올해는 랜섬웨어가 더욱 진화된 방식으로 유포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기존 홈페이지 보안 취약을 이용하거나, 이용자가 많은 SNS계정 탈취 또는 모바일을 대상으로 한 유포 등이 예상된다. 이밖에 파일공유 사이트나 이메일 유포 그리고 이메일 유포와 결합한 APT공격(특정대상을 목표로 다양한 해킹기술을 이용, 이용자가 모르게 지속적으로 공격하는 행위)도 유의해야 한다. 기술도 지능화되고 있다. 기술업데이트를 통해 랜섬웨어 암호해독을 지연시키고 있으며, 백신을 우회하는 랜섬웨어도 등장했다.

비용과 인력, 정보 등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한국랜섬웨어침해대응센터에 따르면, 국내 랜섬웨어 감염 기업 가운데 중견·중소기업의 피해가 48%로 가장 높았다. PC데이터에 대한 보호 및 관리정책이 없어서 백업을 전혀 하지 않았거나, 외장하드와 같은 곳에 부실하게 백업해 피해를 당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평소에 사용하는 모든 소프트웨어를 최신버전으로 업데이트 하는 것이 좋다. 특히 백신 소프트웨어를 반드시 설치하고 최신버전으로 유지해야 한다. 출처가 불명확한 스팸성 이메일을 열지 말고, URL링크도 실행하지 말아야 한다. 직무에 따라 접근 가능한 웹을 별도로 설정하거나, 직무나 부서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에 차등을 두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데이터를 암호화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랜섬웨어의 특징인 만큼 평소 중요자료를 정기적으로 백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이다. 단, 최근 랜섬웨어는 PC에 연결된 저장장치, 클라우드 등의 파일까지 모두 암호화하기 때문에 백업장치는 별도 보관하고 백업할 때만 연결해 저장해야 한다. 아울러 주기적인 보안교육을 실시해 직원들이 랜섬웨어 감염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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