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65세이상의 고령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나, 노인의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분야 정책은 미비하다. 고령친화식품은 질병 발병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인데 이에대한 정의도 없고, 구체적인 표준도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관련법을 개정하고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정선 식품의약품정책연구센터장은 16일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국회의원이 주최한 ‘고령자의 영양섭취 이대로 좋은가? 고령친화식품 활성화를 위한 과제 및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일본과 독일의 경우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용어정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2026년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되는 만큼 관련 법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15~2065)’를 보면, 2015년 654만명이었던 국내 고령인구(65세이상)는 2025년 1000만명을 넘어 2065년 1827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OECD국가 가운데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일본과 비슷한 속도다. 그 결과 2026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따라서 고령자의 건강, 복지 등 관련법 재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식생활의 경우 고령자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이 늘고, 신체적 변화로 소화·흡수가 어려워지는데, 이때 적절한 영양을 공급하지 않으면 질병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의료비, 부양비 등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고령자의 신체적 특징을 고려하고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고령친화식품’이 주목받는 이유다.

고령친화식품은 고령자의 3대 섭식장애인 저작(음식을 씹는데 관련된 기능)·섭식·소화장애를 고려한 특수식품, 간편조리식, 영양강화식, 고열량식, 간호식, 소화용이 식품 등을 포함한다. 고령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라 2012년 6조4016억원이었던 시장규모는 2020년 18조6343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잠재력에 비해 국내 고령친화식품산업 발전은 더디다. 관련법과 체계가 부족한 탓이다. 2006년 ‘고령친화산업 진흥법’을 통해 처음으로 노인을 위한 식품에 대해 거론했으나, 건강기능식품 및 급식서비스에 한정돼있다. 그 후 2011년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통해 고령친화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언급했으나 식품 관련내용은 아예 빠져있다. 이 밖에 ‘건강기능식품의 고령친화우수제품 지정기준’, ‘고령자 재가급식서비스 가이드 라인’,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등이 발표됐지만 실효성이 없고, 계획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따라 김 센터장은 고령친화식품 관련 법률 제·개정해 산업에 대한 정의부터 명확히 할 것을 주장했다. 현재 국내 법령에는 고령친화식품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분류체계가 없다. 그러다보니 상품 판매가 어렵고 시장도 커질수 없다.

예컨대 현행 식품위생법에서 특수의료용도식품을 구별해 관리하고 있지만, 고령친화식품이 포함돼있다고 보긴 어렵다. ‘연하(음식을 씹어 삼키는 행위)곤란 환자용 점도증진식품 등 경구 또는 경관급식용’ 식품이 포함되기는 하나, 이는 이미 발생한 질환에 대한 사후관리적 식품이다. 고령친화식품은 질병 발병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혀 다르다. 아울러 음식을 씹어삼키는 것에 주안점을 주다보니 고령자의 다양한 기호와 요구가 반영되기 어렵다.

고령친화식품은 건강기능식품과도 구별해야 된다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은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조된 식품을 말한다. 비타민 및 무기질, 인삼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고령자에게 필요한 것은 건강기능성이 아니라 균형 잡힌 영양소다. 아울러 고령친화식품의 대표적인 특징인 점도 또는 경도와도 무관하다.

따라서 보다 광범위한 형태의 제품이 포함돼야 한다는게 김 센터장의 의견이다. 김 센터장은 기존 법개정을 통해 고령친화식품의 물성, 영양, 안전 등 구체적인 표준을 마련할 것을 주장했다. 표준이 마련되는 경우 체계적 관리를 위한 인증과 제조·생산·유통 등에 대한 기준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며, 이로인해 소비자 접근이 용이해지면 산업규모도 확대될 전망이다. 

아울러 김 센터장은 경제수준 저하가 고령친화식품에의 접근을 막고 있어,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고령자를 위한 지원제도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기존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법에서 고령친화산업내 취약계층 노인 배려를 명시하고는 있으나, 고령자 식품에 대한 수요나 관심이 저평가 돼있기 때문이다. 또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급여를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서 식사재료비는 비급여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해당 법개정을 통해 고령친화식품 식사재료비를 급여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경우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제품 보급이 확대되면서 산업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선 센터장은 “고령친화식품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적 정비는 노인의료비 절감뿐만 아니라 고령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으로, 향후 사회적 비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를 위해 관련부처가 협업체계를 구축, 공동으로 대처하고 전문인력양성과 R&D투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