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상임대표

지하주거는 저지대일수록 재해에 취약하다. 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지하 또는 반지하 주택의 침수로 인한 수재민 소식은 이제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수재 외에도 지하 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일조, 습기, 환기, 곰팡이와 같은 실내오염이다. 거주자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반지하 주거환경이 열악할수록 구조·성능 및 환경과 관련한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 헌법 제35조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또한 ‘국가는 주택개발정책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지하주거 문제는 헌법과 법률, 안전, 재해, 건강, 최저주거기준의 관점에서 볼 때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우선 반지하주택의 신규공급을 억제해야 한다. 다만 주택시장마다 여건과 상황이 상이하기 때문에 건축법과 같은 관련 법률을 개정해 지하층 건설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상습침수지역이나 침수우려지역과 같이 제한된 범위내에서 건축심의를 통해 허가를 제한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장기적으론 반지하 주택 공급을 금지하는 한편 주택시장의 수요 등을 감안해 기존 (반)지하 주택은 정부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해야 한다. 물론 정부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반)지하 주택은 개보수를 통해, 최저주거기준 이상 충족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35조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또 ‘국가는 주택개발정책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셋째, (반)지하 주거문제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이 침수에 따른 피해다. 먼저 해당 지자체마다 사전예방을 위한 정보제공이 충분하지 않다. 주민들이 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 수중 자동모터 펌프와 역류대비 방수판 설치로 지하주택 침수를 줄이고자 하는 민관 모두의 노력도 중요하다.

수해때마다 제기됐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바로 재해지원금이다. 수해 외국인노동자에게는 지원금을 단 한 푼을 주지 않는다든지, 서울 구룡마을·전원마을과 같은 무허가 비닐하우스촌 거주자에게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 등은 이제 고쳐져야 한다. 외국인은 재난관리기금 지급대상자에서 제외됐고, 비닐하우스촌은 무허가 비주택이기 때문에 줄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그러나 국적에 따라 금전적 차별을 하고, 점유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외국인들의 주거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또한 국적을 이유로, 거주형태를 이유로 도시서비스의 혜택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도시정의(urban justice)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넷째, 지하거주자 지원정책을 주택분야 공정사회 실현을 위한 중점과제로 선정해 다양한 개선방안을 제시해 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지하거주자에 대한 매입·전세임대, 국민임대주택 지원프로그램의 연계강화 ▲임대주택 입주자 선정시 입식부엌, 수세식화장실, 채광, 방습 등을 구비하지 못한 지하거주자에게 가점부여(1∼2점) ▲지하주택 안전기준 제정(안) 등을 시행할 수 있다.

다섯째, 주택의 안전성이나 쾌적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건축주가 최저주거기준의 구조·성능 및 환경기준을 확실하게 준수하도록 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철저히 감독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토교통부가 정한 최저주거기준 제4조에 따르면, 건물 주요 구조부의 재질은 방열 및 방습에 양호해야 한다. 또 해일·홍수·산사태 및 절벽의 붕괴 등 자연재해로 인한 위험이 현저한 지역에 주택이 위치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주택법과 관련 법령에 따라 주택의 입지를 정하고, 성실시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감독만 잘해도 (반)지하 주택의 문제를 상당부분 개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침수가 잦은 다가구·다세대 주택의 경우 주택개보수사업과 국민주택기금을 연계해 침수예방을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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