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삼양, 오뚜기 3사가 면류시장 76% 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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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삼양, 오뚜기 3사가 면류시장 76% 과점 브랜드만 대기업, 생산은 中企…기술탈취 사례도 빈번

기사입력2017-03-21 14:11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인은 밥을 먹어야 한다’는 말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행한 ‘2015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면류시장’ 보고서(이하 면류시장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면류 소비량은 13.3kg이다(2014년 출하액 기준). 이 중 라면이 9.2kg로 1봉지 평균 120g으로 환산하면 국민 1인당 76.3봉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섭취율이다. 국민 1인당 연간 면류 소비량은 2010년 12.4㎏에서 2014년 13.2㎏까지 늘었다. 또 응답자의 36.0%가 일반 면류를 ‘주 1~2회’ 섭취하고 있으며, ‘1주에 1회 이상’ 비중도 43.4%에 달했다(2014년 기준).

적합업종 지정 효과, “무너지는 것을 막은 것만으로도 그 효과는 충분”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에 위치한 한국면류협동조합 사무실 건물 <사진=한국면류협동조합>

익명을 요구한 한국면류공업협동조합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면류시장은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품목 중 성장세를 보이는 몇 안되는 업종 중 하나”라며 “그렇기에 대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벼르고 있다. 적합업종 지정으로 중소기업이 성장했다고 말할 수 없지만, 현재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중소기업이 무너지는 것을 막은 것만으로도 그 효과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2006년 고유업종 폐지 당시 ‘면류, 마카로니 및 유사식품 제조업’의 사업체 수는 총 484개, 이 중 300인 이하 사업체 수는 477개다. 이후 2011년 적합업종 지정 시점까지 300인 이하 사업체 수는 506개에서, 지정 이후 2014년 550개까지 늘었다. 300인 이상 사업체는 같은 기간 7개에서 5개로 줄었다.

면류제조업은 곡분 또는 전분 등을 주원료로 성형, 열처리, 건조 등의 공정을 거친 식품으로 국수·냉면·당면·유탕면류·파스타류·기타 면류를 말한다. 그러나 유탕면류인 라면시장의 규모가 워낙 커, 소매업계에선 라면을 별도의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시장의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면류제조업은 일반적으로 일반 면류와 라면으로 크게 구분한다.

면류제조업은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 폐지 이후 2011년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시점, 5년의 기간 동안 중소기업의 영역이었던 면류제조업에 대기업이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큰 변화를 겪었다. 면류조합 관계자는 “고유업종 지정 당시 면류를 자체 생산하던 업체들이 고유업종 폐지 이후 도산하기 시작했다. 현재 면을 말려 유통하는 건면시장에서 자체 브랜드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수도권에 한일식품, 청수식품, 칠갑농산 정도뿐이다. 지방으로 확대해도 부산의 구포국수, 충청도의 예산국수 정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외 규모가 큰 곳은 대기업의 하청 형태로 운영되는 OEM업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면류 제품 매대는 대부분 대기업 브랜드로 채워져 있지만, 실제 생산은 중소기업 OEM을 통해 이뤄지는 부분이 많다. 사진은 상기 내용과 무관함. ©중기이코노미

면류업계 상위 3개사 시장점유율 76.8%, 20개사가 92.4%

면류시장보고서를 보면 2014년 기준 면류제조업체는 721개, 이 중 종사자 300명 초과 대기업의 매출은 1조853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5.1%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중소기업은 5394억원으로 24.9%, 10인 이하 영세업체 매출은 74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0%에 불과하다. 특히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라면㈜ 등 상위 3개사가 2014년 면류 전체 출하액의 76.8%, 상위 20개사가 92.4%의 출하량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출하량 대비 7.6%의 시장을 놓고서 700개 이상의 중소·영세기업이 경쟁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반 면류 매출액의 3.6배에 이르는 라면시장에선 중소기업 제품을 볼 수도 없다.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장치산업이라는 점에서 중소기업이 라면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면류시장보고서에 따른 면류제조업체의 숫자는 통계청이 조사한 ‘면류, 마카로니 및 유사식품’ 제조업체의 숫자와 차이가 있다. 2014년 기준 면류보고서에 따르면 면류제조업체는 721개 업체인 반면 통계청의 ‘면류, 마카로니 및 유사식품’ 제조업체는 300인을 초과하는 5개 업체를 포함 모두 555개다.

“OEM이 면류제조 중소기업을 망가뜨리는 원인”

면류조합 관계자는 “고유업종 폐지 이후 대기업이 OEM형태로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며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의 제의를 거절할 중소기업은 많지 않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대기업의 OEM이 면류 제조업 중소기업을 망가뜨리고 있는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2011년 CJ제일제당에 ‘가쓰오우동’ 면을 납품했던 영우냉동식품의 매출은 당시 450억원, 당기순이익은 14억원이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생산라인 확대를 위한 투자비용에 부담을 가진 영우냉동식품에 CJ제일제당이 지분투자를 제안했고, 협상 끝에 2012년 CJ제일제당은 영우냉동식품을 인수했다.

문제는 기존에 CJ제일제당에 면류 등을 납품하던 다른 중소기업들이었다. 면류조합 관계자는 “기존 중소업체들의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대기업이 기술력있는 중소기업을 인수해 자체 생산에 나서면 기존 납품 중소업체들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시 3대째 면류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던 A기업도 CJ제일제당이 영우냉동식품을 인수하는 시점과 맞물려 거래량이 줄면서 상당한 기간 동안 경영난을 겪었다는 것이 면류조합 관계자의 전언이다.

면류조합 관계자는 “대기업이 OEM을 주고 투자나 기술을 개발하라고 하면 상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오더를 바꾸고, 납품단가를 낮추고, 아예 인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중소기업은 처음엔 대기업의 제의가 좋아 보이니 OEM을 받았다가, 의존도가 높아져 버리면 대기업의 요구조건을 맞춰줄 수밖에 없고, 그렇지 않으면 거래처를 다 잃어버리게 된다. 대기업이야 다른 중소기업과 다시 계약을 맺으면 되지만, 남은 중소기업은 기업운영 자체가 휘청거린다”고 말했다. 면류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건면시장에서 오뚜기가 100% OEM 생산을 하고, 나머지도 대부분 OEM을 통해 중소기업이 생산한다. 제품의 브랜드만 대기업이어서 중소기업의 생산 비중은 높지만, 중소기업의 시장환경은 고유업종 시절보다 더욱 열악해졌다는 것이다.

면류조합 관계자는 “OEM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대기업 하청의 경우 ‘적어도 밥은 먹고 살 수 있다’는 안정성은 준다. 하지만 밀가루부터 박스, 포장지까지 하청업체에 직접 공급하며 마진율을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하고 있다”며 “거의 100% 종속관계다. 망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성장이 담보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대기업 기술탈취도 많아, 신제품 출시 앞서 中企를 시험용으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기 보다는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사실상 탈취한다는 것이다. 면류조합 관계자는 “고유업종 시절에는 대기업이 라면만을 생산해 일반 면류에 대한 기술도 없었고, 필요도 없었다”며 “고유업종 해제 이후 일반면류 시장에 진입한 대기업이 일반 면류에 대한 기술과 노하우를 하청업체에 요구하는 경우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품질관리나 R&D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자료를 요구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술탈취와 다름없고, ‘을’의 입장인 하청업체로서는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로부터 받은 원천기술을 다듬고 개발, 신제품을 생산하고 시장에 출시하는 과정에서도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다. 대기업은 신제품의 시장성 조사를 위해 하청업체를 활용한다. 하청업체로 하여금 소량의 제품을 생산하게 한 후 시장을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시장성이 있으면 대기업이 직접 생산하거나 생산중인 하청업체을 아예 인수하고, 시장성이 부족하면 철수하거나 OEM 방식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면류조합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시장테스트 도구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같은 하도급 관행은 상생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