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 한 가운데 300평 규모의 옥상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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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숲 한 가운데 300평 규모의 옥상 캠핑장 ‘상생장’ 나영석 대표…전통시장에 젊음과 예술·활기를 채워넣다

기사입력2017-03-21 10:0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에 위치한 ‘상생장’ ©중기이코노미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 저녁시간이면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이 전통시장으로 몰려온다. 떠들썩한 시장 한 가운데 매일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상생장’이 선다. 저녁 7시 이후면 조용해지는 전통시장이지만 상생장은 그제야 부산해진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상생장은 9개의 푸트코트와 300평 규모의 옥상으로 이뤄졌다. 상생장의 나영석 대표는 수십년간 시장상인들의 창고로 쓰이거나 방치되었던 공간에 젊음과 예술, 활기를 채워 넣었다. 그리고 젊은 고객들을 이 시장으로 오게했다. SNS를 통해 상생장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근 경희대·외국어대·서울시립대 등 청춘들의 단골 아지트가 되고 있다.

상생장, 재래시장 활성화·도시재생·청년창업이 주요 테마

음식업 프랜차이즈인 ‘아웃도어키친’을 운영하는 나영석 대표는 식자재 구매를 위해 매일 경동시장을 찾다가 지금의 상생장을 열게됐다. ©중기이코노미

“이곳은 경동시장과 청량리시장, 서울약령시, 청과물시장 등 크고 작은 시장들이 모여있어 전통시장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죠. 하지만 장을 보다 쉬어 갈 곳이 부족했습니다. 상생장은 장을 보다 요기를 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상생장을 찾는 고객들도 오는 길에 시장을 둘러보며, 손에 한가득 장을 봐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재래시장 활성화·도시재생·청년창업이 상생장이 문을 열게 된 주요 테마다. 상생장이 들어선 시장내 건물은 밖에서 보면 내부 공간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평범한 시장 건물이다. 유리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 2층에 들어서야 비로소 시장 안에 숨어든 이색 문화공간이 펼쳐진다. 상생장의 점주들은 모두 청년 창업자들이다.

모든 식재료는 이 곳 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은 기본이다. 향이 좋은 수제맥주, 무항생제 닭으로 만든 치킨, 쌀국수와 미트볼, 카페에서 판매하는 과일주스 등은 시장을 헤매다 잠시 쉬며 배를 채우기에 안성맞춤이다.

식자재 구매위해 찾던 경동시장에서 ‘상생장’ 발견

나 대표는 음식업 프랜차이즈인 ‘아웃도어키친’을 운영하며 식당에 필요한 식자재를 구매하기 위해 매일 이곳 시장을 찾았었다. 그러다 창고용도로 사용하는 이 공간을 발견하고 전통시장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었다.

인테리어 전문가와 예술가들의 모임인 ‘N/S 프로젝트’가 상생장 구석구석 채워 넣은 그림이며 설치 예술품들은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중기이코노미

현재까지 상생장에는 민물장어, 치킨, 미트볼, 한국식 쌀국수, 수제맥주, 카페 등 6개 점포가 입점해있고, 2개의 점포가 입점을 앞두고 있다. 방문객들은 각각의 점포를 돌며 원하는 음식을 구입해 장 한복판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먹을 수 있는 푸트코트 형태다.

“재래시장에는 으레 먹을거리가 많지만 이용이 불편하고 위생적이지 못하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죠. 상생장은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 오감만족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 시장활성화와 함께 도시재생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인테리어로 각종 행사 요청 쇄도, 옥상 캠핑도

인테리어 전문가와 예술가들의 모임인 ‘N/S 프로젝트’가 상생장 구석구석 채워 넣은 그림이며, 설치 예술품들은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독특한 분위기의 인테리어 탓에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자 하는 기업단체들의 대관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100여명의 하객을 초대해 파티형식의 결혼식도 치러졌다. 또 플리마켓이나 각종 전시회도 수시로 열린다. 빌딩숲을 한 가운데 300평 규모의 옥상에서는 도시캠핑도 즐길 수 있다. 꼭 숙박이 아니라도 퇴근 후 도심에서 즐기는 캠프파이어는 지친 일상에 주는 쉼이다.

나 대표는 요식업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청년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최근 청년창업이 크게 늘고 있는데 제대로된 준비없이 번화가에 창업을 했다가 대규모 자본가들에게 밀려나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요식업 전문가들과 셰프들,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모여 청년들이 준비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년들이 모여 도시를 재생시키고 재래시장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꿈꾸는 나영석 대표는 “시골마을의 경우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며 점점 힘을 잃어갔죠. 재래시장 또한 우리의 고유의 문화이며,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도심의 시골이지만 청년들이 찾아야만 그 힘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라며, 다시 그날의 저녁장을 열 채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