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예비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각종 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정책을 피력하는가 하면, 토론회에 나가 최근 이슈를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최근 국회의 한 토론회장은 그곳을 가득 메운 기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국정감사와 같은 특별한 이슈가 아니고서는 이런 적이 드물어 의아했다. 토론회도 예정보다 30분이나 늦어졌다. 그곳 자리는 모두 채워졌다. 비어있는 자리는 단 한석. 그 자리의 주인을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한참 뒤에 나타난 사람은 대선 예비주자의 한 사람인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였다. 뒤늦게 공지된 탓에 기자가 알지 못한 것이었다. 안 지사가 들어서자마자 기자들의 카메라가 정신없이 움직였다. 상황을 모르고 입구에 서 있던 토론회 한 관계자는 취재진으로부터 질타섞인 항의를 듣기까지 했다. 

뒤늦게 도착한 안 지사는 취재진을 의식한 듯 자리에 앉은 토론회 참석자 한명 한명과 악수를 나눴다. 이미 토론회 시작 예정시간보다 40분가량 지체된 상황이었다. 앞선 다른 행사에 참석했다가 늦었다는 게 안 지사 측의 말이다. 해당이슈에 관심이 있어 들렀다는 안 지사는 대선관련 입장표명에 주어진 시간의 80%를 할애했다. 토론회 주제와 관련한 얘기는 적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일정이 있다며 자리를 떴다. 그 많던 취재진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제야 평소와 같은 토론회가 이어졌다.

주최측의 입장에선 토론회 주제가 한번 더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방문을 환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모두가 기다려야만 했고, 관련 문제에 대한 후보의 입장은 제대로 듣기 어려웠다. 취재진도 그의 퇴장과 함께 대부분 빠져나갔다. 시끄럽고 요란하기만 했던 ‘참석’이었다. 해당 사안에 관심이 있어 들렀다는 그의 말에선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 시간이었다. 끝까지 자리를 지켰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급한 일이 있다면 도중에 자리를 뜰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는 참석자를 생각했다면 당초 무리하게 일정을 잡아서는 안된다. 또 대선과 관련한 입장표명은 조금 줄였어도 좋았다. 누군가에는 시급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홍보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것 같은 씁쓸한 기분이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