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은 소음공해다. 정신적·육체적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이웃간 갈등이 발생하고, 심지어 폭력과 살인사건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우리나라 아파트 바닥기준과 바닥충격음 기준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낮지 않은 수준이다. 바닥두께의 경우 80년대는 120mm 내외에서 현재는 210mm(일본 200mm내외)로 강화됐다. 중량충격음(무겁고 부드러운 충격에 의한 바닥충격음)의 최소기준(50dB) 또한 일본 최소기준(63dB)에 비해 13dB 더 엄격하다.

물론 층간소음에 대한 주관적 편차가 크고, 입주자의 생활습관 변경을 통해 층간소음 분쟁을 부분적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층간소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적인 방법 즉 관련 주택법상 구조기준을 강화해 해결하는 방법이 손쉽기도 하고 또 현실적이다.

최근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이 층간소음을 예방하기 위한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중량충격음은 50dB 이하에서 47dB 이하로 하향 조정했다. 또 경량충격음(비교적 가볍고 딱딱한 충격에 의한 바닥충격음)은 현행 58dB 이하에서 53dB 이하로 낮췄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연말부터 새로 지어지는 공동주택에 적용될 예정이다.

층간소음의 출발은 기본적으로 바닥에 가해진 울림에서 출발하지만, 벽이나 기둥을 통해 다른 세대에 전해진다. 바닥의 두께를 두껍게 하고 차음제를 사용해 울림을 최소화하는 것과 함께 울림이 다른 세대에 전달되지 않도록 벽과 기둥 등 건물구조를 최적화한다면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물구조를 벽식으로 시공하는 경우 바닥 울림이 고스란히 벽을 타고 다른 세대로 그대로 전달된다. 반면 기둥식구조로 시공하면 바닥의 울림은 기둥으로 분산돼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다. 기둥식구조를 통해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음에도 건설사들이 벽식구조를 선택하는 이유는 기둥식구조 공사비가 더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 층간소음 차단을 위해서는 기둥식구조의 시공을 유도해야 한다. 90년대 신도시 건설 이후 대부분의 업체들은 공사비 절감차원에서 벽식구조로 시공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9~2011년 아파트 중 벽식구조는 85%이지만 기둥식구조 아파트는 2%에 불과했다.

벽식구조는 기둥식구조에 비해 층간소음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가변성도 부족해 리모델링을 통한 ‘주택장수명화’도 곤란하다. 층간소음을 줄이고, 주택의 수명도 늘리는 기둥식구조 건설을 독려하기 위해 기둥식구조 시공시 가중치를 부여하는 ‘장수명’ 아파트 건설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장수명 아파트 인증제’를 도입해 기둥식구조로 시공하는 건설업자에 대해 용적률 및 건설기준 완화와 같은 인센티브 제공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둘째, 법정 기준에 맞게 시공될 수 있도록 감리도 강화해야 한다. 조 의원의 주택법 개정안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현행 두께기준(210mm)과 충격성능(중량충격음 50dB, 경량충격음 58dB) 기준에 맞춰 시공하는지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모두는 아니지만 건설사의 부실시공으로 문제되는 경우는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공사 시공 중 설계기준에 미달해 시공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셋째, 층간소음 개선에 관한 표준관리규약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시도지사가 정하는 관리규약준칙에 층간소음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층간소음에 관한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할 뿐 구체적인 기준이나 방법을 제시하지 않아 실효성이 미흡하다. 이에 따라 표준관리규약준칙에 층간소음 등 주거생활 소음예방에 관한 내용을 마련하고, 공동주택 자체적인 층간소음관리위원 설치를 통해 분쟁조정, 시정권고, 면담 등의 분쟁해결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층간소음 개선을 위한 주거문화의 인식개선이 시급하다. 시공기준 강화, 표준관리규약마련 등 제도와 규범만으로는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까운’ 우리네 현실을 한번에 바꿀 수는 없다. 이웃 간에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아파트의 벽은 두껍게, 마음의 벽은 더 얇게’ 하는 성숙한 공동체주거문화를 조성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문화는 교육에 의해 만들어지고, 교육은 일정 정도 비용을 수반한다. 하지만 아파트단지에서 공동체주거문화를 주제로 교육 및 실천 활동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제도적으로 아파트단지에서 발생하는 잡수익의 일부를 공동체주거문화실현을 위해 집행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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