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에서 만든 전력을 멀리 떨어진 공장이나 일반 가정 등으로 수송하는 과정을 송전이라 하고, 송전선로를 지지하기 위해 군데군데 송전탑을 설치한다. 이 송전탑은 수만 볼트의 고압전기가 지나가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런 송전탑을 짓기 위해선 당연히 설치예정지 주변의 주민동의를 얻어야 하며, 그 절차 역시 정당하고 투명해야 한다. 송전탑의 필요성 여부를 떠나 ‘안전’을 생각한다면, 결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몇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송전탑이 내가 사는 곳에 설치되는데, 동의도 없이 ‘이미 계획이 잡혀있다’고 밀어 붙이면 황당하고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제로 전국에서 한국전력이라는 공기업이 그런 일을 벌이고 있다.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밀양송전탑 마을공동체 파괴실태 증언대회’에서는 최근 주목받은 밀양뿐만 아니라 충남 당진, 경북 청도, 강원 횡성, 광주, 전북 군산 등 전국 곳곳에서 주민동의를 제대로 그리고 투명하게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송전탑을 설치하고 있다는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국민 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라면 더욱이 주민들을 단순 협상대상으로 여겨서도 안된다. 하지만 한전은 주민을 회유하는 것을 넘어 편을 가르고, 몰래 돈봉투를 돌리고, 때로는 폭언과 겁박 심지어 조롱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합의서만 들이밀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밀양 주민들을 인터뷰하고 구술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영희 교수는 “밀양 주민은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합의서 한장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전의 의견을 들으려 했지만, 담당부서와 담당자가 누구인지 찾아본 후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만 말하고 그후 연락이 없었다. 피해 주민들은 대한민국 국회에서, 공개된 자리에서 그들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데, 한전은 기자에게 당당하게 그리고 투명하게 밝힐 수 없는 입장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송전탑의 필요성 여부를 떠나 설치예정지 주민들과 투명하게 협의절차를 밟았는지 한전에 다시 묻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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