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문제는 시대적인 화두일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핵심의제가 됐습니다. 청소년, 청년, 중장년, 노인, 여성, 장애인, 취약계층 등 일자리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지 않는 계층이 없는 상황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복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서울시일자리위원회 박승흡 위원장은 이처럼 ‘일자리’의 심각성을 언급하면서 “노동에 대한 인식의 대변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청년실업률 10.3%, 야근이 일상화된 열악한 노동환경, 비정규직 문제 등 우리나라 최대도시인 서울특별시의 일자리 현안은 곧 우리나라의 일자리 문제인 것이다. 서울연구원의 ‘청년활동지원사업 운영모델 구축방안(2016)’을 보면, 서울시 18~29세 청년 중 1주일 이상 취업을 해본 경험자 중 정규직 고용형태는 7%에 불과하다. 또 청년 10명 중 2명이 창업을 고려하고 있으며, 창업을 고려하는 이유 중 하나는 취업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웠다(44.8%).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복지의 문제다”

서울시일자리위원회 박승흡 위원장은 “노동에 대한 인식의 대변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그래서 서울시는 2012년 지방정부로는 처음으로 노동문제 전담부서인 ‘노동정책과’를 신설했다. 노동권과 고용의 문제를 시정의 중심에 두고자 한 결정이었다. 지난해에는 노동정책과를 ‘일자리노동국’으로 승격시킨데 이어 같은 해 8월 ‘일자리노동정책관’으로 확대 개편했다. 일자리 문제에 한발 더 다가가기 위한 조치였다.

이와 함께 일자리·고용·노동권의 ‘서울형 모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일자리와 노동권은 지방정부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서울시는 노사정과 고용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 30명과 실무전문가 20명이 참여한 ‘일자리위원회’를 2015년 출범시켜, 일자리·고용·노동권에 대한 의제를 설정하고 심의·조정·자문하도록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연직 위원장을 맡았으며, 박승흡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매일노동뉴스 회장)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일자리·고용·노동권 모두가 난제인데,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직책은 사실 고통스러운 자리입니다. 그러나 서울시가 ‘노동존중 특별시’ 실현을 약속하고, 노동존중에 대한 원칙을 세운 것은 정치권에서도 해내지 못한 소중한 성과라고 자부합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서울시 노동혁신대책’을 발표했다. ‘사람이 우선이고, 노동의 상식이 지켜지는 서울을 만들겠다’는 노동정책의 큰 틀이다.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고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하며, 생명과 안전에 관한 한 간접고용을 금지한다’는 서울시 노동정책의 방향이 담겨있다.

“노동존중에 대한 원칙을 세운 것은 소중한 성과”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서울시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1단계 사업을 추진해 868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올해는 비정규직 채용시 ‘단기·예외·최소성’의 3대원칙을 담은 비정규직 채용 가이드라인을 4월까지 마련하고, 비정규직 감축 및 정규직화를 기초자치단체와 민간으로까지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를 포함 25개 기초단체에서 불가피한 경우에 비정규직을 ‘예외적으로, 최소의 인원을, 최대한 단기간’ 고용함으로써 정규직 고용원칙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2015년에 전면 도입한 ‘생활임금제’는 공공부문부터 내실화하고, 인센티브 등을 통해 민간기업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또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모델’도 제시했다. 과도한 초과근로를 줄이고 연차사용 활성화를 통해 노동시간을 1주 40시간 이내, 1년 1800시간대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인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서울의료원이 시범기관으로 참여한다. 지난해 서울신용보증재단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2275시간이었는데, 27명의 신규인력을 투입해 2021년까지 1800시간대로 진입할 목표를 세웠다. 서울의료원도 지난해 평균 2485시간에서, 2022년 1800시간대로 단축하기 위해 60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한다.

“OECD국가 중에서도 최장 근로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국민의 행복추구와 관련됩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쥐어짜 이윤을 극대화함으로써 대다수의 중소기업이 근로자에게 적은 임금을 주고 있습니다. 근로자들은 기본급만으로 먹고살기 어려우니 초과근무를 해서라도 수입을 늘리려고 해 장시간근로의 나쁜 관행이 자리 잡은 것입니다.”

서울시는 ‘서울형 강소기업’을 발굴하고 청년인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경우 고용지원금을 지급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청년실업난의 미스매칭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서울형 강소기업은 2018년까지 1000개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생활임금 적용, 정규직일자리 비율, 복지수준 등을 평가해 서울형 강소기업으로 지정할 방침입니다. 서울형 강소기업은 평가를 통해 인증을 연장하고,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탈락시켜 내실있는 정책이 되도록 위원회에서 심의할 것입니다.”

이와함께 박 위원장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서울에서 시작된 ‘서울형 일자리·고용·노동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며 “서울시 일자리위원회는 앞으로도 현장에서 다양한 의제를 모아 공론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 정책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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