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른바 ‘낙수효과’를 분석할 때,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 성장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기업 매출이 100% 성장할 때, 중소기업 매출이 50% 성장했다는 식이다. 하지만 낙수효과가 작동되는지를 이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성장에 따른 결과물이 고르게 분배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는가를 봐야 한다. 중소기업의 매출 증가도 중요하지만 일례로 기업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지표, 최종적으로 얼마나 많은 고용을 창출했는가 역시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와관련 중소기업연구원의 홍운선 연구위원은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낙수효과도 결국은 일자리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가가치유발계수와 고용유발계수 변화를 비교하면, 중소기업이 압도적으로 높다. 대기업하고 중소기업하고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이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부가가치 절반…종사자는 1/4로 고용 줄었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통계청 광업·제조업조사 자료를 보면 국내기업 중 대기업은 전체 기업 중 0.1%에 불과하지만 전체 부가가치의 절반을 생산하고 있다. 제조업 전체 부가가치 대비 대기업 비중은 1970년 71.5%에서 이후 2014년 48.8%까지 하락했지만, 절반에 가깝다. 제조업 전체 생산액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970년 69.7%에서 2014년 51.7%로 떨어졌다.

대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대기업 종사자 수 비중에 비해 높은 편이다. 1970년과 1980년 제조업 종사자 비중은 대기업이 각각 51.0%와 50.4%로 중소기업 49.0%, 49.6%에 조금 높았다. 이 비중은 1990년 이후 급락하기 시작해, 2004년 24.3%, 2014년 22.6%까지 떨어졌다.

대기업 인력비중은 1970년 51.0%에서 2014년 22.6%로 절반 이상(55.7%) 줄었음에도 같은 기간 대기업이 생산하는 부가가치 비중은 71.5%에서 48.4%로 31.7% 감소하는데 그쳤다. 지난 40여년의 기간 동안 대기업은 인력을 절반 이상 감축했지만, 줄어든 부가가치 비중은 30% 수준이라는 점에서 생산의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중소기업은 1970년 49.0%에서 2014년 77.4%로 인력비중이 절반 이상(55%) 늘었고, 부가가치 비중 또한 28.5%에서 51.2%로 79.6%나 증가했다. 중소기업의 고용인력도 증가했고, 전체 부가가치에서 중소기업의 비중 또한 커진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포함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부가가치 생산 또한 대기업과 비교해 중소기업이 높은 것이다. 고용과 부가가치 모두 따져봐도 대기업이 더 이상 한국경제의 중심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5대 재벌, 매출 10억에 1.21명 고용…제조업 평균은 9.2명

이처럼 국가경제에 미치는 대기업의 영향력이 계속해서 줄고 있음에도, 정부가 여전히 대기업에 목을 매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 1월에 있었던 ‘11월 촛불시민혁명과 경제민주주의-재벌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30대재벌의 자산총액(1409조4000억원)을 100으로 고정했을 때, 삼성·현대차·LG·SK 4대재벌의 자산총액은 30대재벌 자산총액의 1/2(51.6%), 계열사와 친족그룹까지 합한 범4대재벌은 2/3(65.2%)를 차지한다. 외환위기로 인해 한때 비중이 줄었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그만큼 고용을 늘렸는가? 그렇지 않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김근수 교수가 2012년 발표한 ‘재벌의 실태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보면, 이들과 롯데를 포함한 5대재벌의 평균 고용자 수와 고용계수는 외환위기를 전후로 줄어들었다. 5대재벌의 직접 고용자 수는 외환위기 이전 1996년 기준 56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2006~2010년 사이 46만명 수준이었다. 15년 동안 5대 재벌기업에서만 10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김근수 교수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외환위기 이후 노동생산성이 향상됐지만, 고용의 파급효과는 줄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기업이 투자를 안 한다기 보다는 외환위기 이후 주로 투자하는 산업이 IT와 같은 자본집약적 산업이고, 자동화가 함께 진행되면서 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고용유발효과는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유발효과가 떨어짐에 따라 같은 기간 10억원 매출액 대비 고용자 수인 고용계수를 보면, 5대재벌의 고용계수는 3.59명(87~90년)에서 2.45명(91~95년), 1.38명(96~00년), 1.19명(01~05년), 1.21명(06~10년)으로 줄었다. 2008년 기준 5대재벌의 고용계수는 1.28명으로 같은 기간 제조업 평균 9.2명과 비교하면 7배 이상 적다.

수출 늘어도 고용 늘지않고, 전·후방산업 생산유발도 떨어져

대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해외 생산망)을 활용해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성장을 구가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해외 생산망 자체를 구축할 수 없어 대·중소기업간 경쟁력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대기업이 수출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반도체·자동차·철강·석유화학 같은 신산업에 투자함으로써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은 글로벌 가치사슬 확대를 위해 해외투자에 집중함으로써 수출에 따른 고용유발효과가 급격히 추락했다.

수출이 아무리 늘어도 대기업의 몫으로만 돌아갈 뿐 고용도 늘지 않고, 전·후방 산업에 대한 생산유발효과도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대기업 주도의 수출 중심 산업구조를 고집하고 있다. 대기업만의 ‘나홀로 성장’ 이면에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 가계소득 감소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등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강력한’ 지원책을 통해 고용과 가계소득을 늘릴 수 있는 산업생태계, 대·중소기업간 상생이 담보되는 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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