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전문점 대표 이 모씨가 지난 14일 자신의 집 안방 옷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평소에는 장사하느라 매보지도 못했던 넥타이를 생애 마지막 날 목에 걸었다. 그는 피자전문점 협동조합 피자연합의 대표였다. 피자연합은 미스터피자 가맹점주였던 이들이 주축이 돼 만든 협동조합 형태의 공동브랜드다. 젊은 시절부터 피자가맹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가맹점 사장이 됐지만 본사의 온갖 갑질에 맞서 싸우다, ‘갑’의 벽을 넘지 못하고 독립해 피자연합을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가맹점주들과 의기투합해 설립한 피자연합은 ‘착한피자’를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광고비 아껴 치즈 한스푼, 토핑 한 개라도 더 올려드리겠다”고 고객들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8년간 피자가맹점을 운영하며 쌓인 빚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가맹본점의 갑질로부터 벗어나 장사는 마음 편히 할 수 있었지만, 그 동안 쌓인 부채의 함정이 결국 그를 극단으로 내몰았다. 28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총액은 520조원을 넘어섰다. 자영업자가 실제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총액을 전수조사한 자료를 근거로 했다. 자영업자들은 임금근로자에 비해 경기변동에 따라 소득변화가 심하고 창·폐업도 빈번해 안정적으로 부채를 상환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고인은 생전에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금전적인 이익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행복한 삶을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행복한 삶을 살기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발버둥친 청춘이었지만, ‘자영업자 무덤’이라는 프랜차이즈의 올가미는 그를 놔주질 않았다. 

기자에게 비보를 전한 업계 한 관계자는 “피자연합은 프랜차이즈의 대안을 보여주며 업계에 희망을 주는 협동조합이었다. 최근 매장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중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정직하게 일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랐던 그의 꿈이 피자연합을 통해 이뤄지기를 기원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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