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바람직한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는 국민연금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중기이코노미 자료사진>   ©중기이코노미

손해를 보는 이런 결정을 국민연금공단이 독단적으로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민연금공단의 의사결정 구조를 보면,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최종결정권은 보건복지부 소속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운용위원회)가 갖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위원회의 구조를 개선하고 이와 함께 위원들의 전문성 또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상 최고 결정권자는 복지부 장관=국민연금 최상위에는 기금운용위원회와 복지부 장관이 있으며, 그 아래 국민연금공단과, 공단 하에 기금운용본부가 있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기금은 복지부장관이 관리·운용하며, 복지부장관은 기금의 관리·운용에 관한 업무의 일부를 공단에 위탁할 수 있다. 또 기금운용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복지부에 기금운용위원회를 두고 복지부장관이 위원장을 겸한다.

공단에 위탁한 일부 기금운용에 있어서도 자율성이 제약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으로 정관 기재부터 이사회 구성, 임원 보수, 예산 편성 등에서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의 통제하에 있다. 복지부에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사무국 역할을 하는 연금정책국 연금재정과가 기금운용업무 전체를 담당하고 있다. 전문운용조직은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본부며 기금이사가 수장을 맡고 있지만, 구조상 기금이사는 공단 이사장이나 연금재정과장의 암묵적 승인 없이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따라서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김우찬 교수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이 복지부에 있음으로써 복지부와 복지부 장관, 더 나가서는 복지부 장관의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청와대까지 기금운용에 개입할 여지가 있다”며 “기금운용위원회를 복지부에서 공단 소속으로 옮기고, 최종적으로는 국민연금공단을 공사화해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료=‘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바람직한 방향과 과제’ 자료집/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에 대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오건호 공동위원장은 “국민연금기금이 거대화돼 독립적인 조직이 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인정하지만, 가입자들의 신뢰도가 낮은 상태에서 국민연금이 금융시장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인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금운용위원회, 전문성·독립성 부족=기금운용위원회는 위원장인 복지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농림부, 산업부, 고용노동부 등 4명의 차관 그리고 공단 이사장, 전문가 2명과 가입자 대표 12명을 더해 총 20명으로 구성한다. 12명의 위원들은 사용자·근로자 대표 각 3명, 농·어업 단체 추천자 2명, 자영업단체 추천자 2명, 소비자 및 시민단체 추천자 2명을 포함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전문가 2인은 그동안 한국개발연구원장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을 당연직처럼 위촉했다”며 “12명의 가입자 대표들도 투자대상 기업들로부터 독립적일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용자 대표는 대한상의나 전경련 등의 단체가 추천할 경우 기업으로부터 독립될 수 있는지, 근로자 대표의 경우 주주권을 행사할 기업이 노사분규를 겪고 있다면 독립적 판단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금운용위원회에는 국민연금기금실무평가위원회,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성과평가보상전문위원회, 투자정책전문위원회가 있다. 이에대해 김 교수는 “기금운용위원회에 포함하도록 한 2명의 전문가가 전문성이 없다 보니 이를 지원할 실무평가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실무평가위원회도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의결권행사·성과평가보상·투자정책 전문위원회가 각각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또 이처럼 “전문성이 부족하니 복지부 연금정책과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따로 추천위원회를 두고 위원들을 선임해야 하며, 위원장은 청문회를 거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자료=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중기이코노미

이와함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원종욱 선임연구원과 오건호 위원장은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할 것을 제안했다.

◇기금운용 손실에 대한 불명확한 책임성=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손해를 봤지만, 그 책임을 묻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 국가재정법 제84조 제1항에는 ‘기금의 운용을 담당하는 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기금에 손해를 끼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2항은 ‘공무원이 기금 자산운용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직권남용해 기금관리 주체와 그 밖에 기금 자산운용을 담당하는 자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기금에 손해를 끼친 경우 그 공무원은 책임있는 자와 연대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국가재정법을 좁게 해석하면 최고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들은 공무원이 아니기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어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또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 제1조를 통해 상법상 이사와 감사의 의무가 공단에는 적용되지만,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공단 이사와 감사에게 책임이 있어 손해배상 청구를 하더라도, 공운법에서는 기재부 장관이나 복지부 장관이 청구하지 않으면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며 “일반회사라면 주주대표소송을 할 수도 있지만, 공단을 포함한 우리나라 공공기관에 대해 주무부처들은 이 권리를 실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운영위원회 위원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추궁수단을 강화하고 기금운용평가,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외부회계 감사 등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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