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국제특허법률사무소 전윤근 변리사

그렇다면 현행 특허법에서 A씨는 보호를 받을 수 없을까? 우리나라 특허법 제30조에서는 ‘공지 등이 되지 아니한 발명으로 보는 경우’를 규정해, A씨와 같은 경우의 발명자 또는 출원인을 보호하고 있다. 즉 발명에 대한 정당한 권리자가 자발적 의사에 기해 발명을 공개했다면, 발명을 공개한 날로부터 12개월 이내에 특허출원을 하고, 발명이 공개됐다는 취지의 주장 및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함으로써 발명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이는 발명의 연구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하도록 해 국가산업발전을 도모하고 이와 동시에 일정기간 이내라면 특허출원을 허용함으로써 출원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른바 신규성 의제의 조항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국가에서 이를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이를 인정하는 국가에서도 그 적용요건은 각국의 산업정책 등에 따라 상이하다.

하지만 이러한 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A씨의 특허출원은 신규성 및 진보성 위반에 따라 최종적으로 거절결정을 받았다. 자신의 제품이 공개된 후 당시의 구법이 허용하는 기간인 6개월을 경과해 특허출원을 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현행 개정법에서는 출원 당시의 단순한 실수로 신규성 의제의 절차를 밟지 못했던 경우에는 출원 후 일정기간 이내에 이를 주장하며 절차를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법이 적용되더라도, 권리자 의사에 기해 발명이 공개된 날로부터 1년 이후에 특허출원을 하게 되면 거절이 될 수 밖에 없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결국 A씨는 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탓으로 자신의 발명에 대한 독점 및 배타권을 상실하고 만 것인데, 과연 그 과실의 책임을 100% 부담시키는 것이 합당한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물론 애초부터 특허법은 신규성 의제 규정을 둬 권리자를 보호하고자 했고, 개정법은 권리자를 보호하기 위해 출원 유예기간을 6개월 더 연장하기는 했지만, 유예기간에 따른 권리자의 법적 불안정성이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권리자 의사에 기해 발명이 공개된 날로부터 1년 이후에 특허출원을 하면 거절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허법에서 정한 기간을 경과했기 때문이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예를 들면 특허권자 본인이 해당 특허발명을 직접 실시함으로써 시장을 넓힐 수 있겠지만, 경쟁 또는 협력업체에 특허발명을 유상 양도함으로써 자산을 늘릴 수도 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시장성 또는 기술발전을 고려해 특허출원을 잠정적으로 유예 또는 보류할 수도 있는 것이다. A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예측 가능한 시장상황 및 자산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특허출원을 했지만, 특허법에서 정한 기간을 경과하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권리자의 의사에 기해 발명이 공지된 날로부터 반드시 1년 이내에 출원해야 한다는 본 규정에 대해 알아보자. 만약 신규성 의제 적용기간을 없애고, A씨의 선택에 따라 특허출원을 할 수 있도록 특허법에서 허용하는 것은 어떨까? 즉 권리자의 의사에 기해 발명이 공지됐다면, 권리자의 해당 발명에 대한 특허출원은 공지된 날 이후 어느 때나 가능하도록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A씨와 같은 사례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권리자로서는 수 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는 ‘시장성’과 내부 자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전략적이고 효과적으로 특허출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해당 발명에 대해 공지된 날 이후에 이뤄진 타인의 특허출원은 종전의 규정대로 신규성 또는 진보성 위반에 의한 거절이유가 있게 되므로, 타인에게 특별히 이롭거나 불리할 것도 없을 것이다.

또한 해당 특허발명의 존속기간은 종전과 변함없이 유지시키도록 하면 족하다. 즉 신규성 의제 적용기간을 없애더라도, A씨의 특허발명은 특허권을 설정등록한 날로부터 특허출원일 후 20년이 되는 날까지이므로, 이로 인해 타인에게 불측의 손해를 입히는 일은 예상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특허권의 존속기간을 1~2년 양보하더라도, 출원인으로서는 그만큼 더 중요한 전략적 판단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우리나라 특허법은 특정인만을 위한 법은 아니며, 동법 제30조 역시 출원인과 제3자의 이익을 조화시키기 위한 것임은 두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신규성 의제 주장기간이 지나치게 짧아 개정법에서 신규성 의제 주장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된 것을 보면, 제3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입히지 않는 한도 내에서 본 규정의 존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