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행되고 있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에는 제과점, 단무지, 두부, 장류 등 55개 품목의 제조업과 서적 및 잡지류 소매업, 중고자동차 판매업, 화초 및 산식물 소매업 등 18개 품목의 서비스업이 지정돼 있다.

최근 중기이코노미와 인터뷰를 가졌던 한국장류협동조합의 남윤기 전무이사는 “사실 유통쪽에 조합이 크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GS, CJ 등의 편의점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골목상권에까지 진입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또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현대그린푸드, 대상베스트코 등 대기업 계열의 식자재 유통기업까지 등장하면서 원재료의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장악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 유통기업들이 적합업종에 포함돼 있지 않아, 이들로 인한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 전무이사는 “대기업들에 제품단가를 현실성 있게 맞추자고 요구해도, 유통업체들의 요구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할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유통망을 선점 또는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기업의 계열사라도 품목에 따라 적합업종이 결정되며, 또 권고사항 자체가 강제력이 없다보니 유통업체는 좋은 핑계거리다.

이들 유통업체들은 사실상 ‘갑’의 위치에 있다. 어떤 제품을 받아 어디서, 얼마에 팔 것인지를 유통업체들이 결정한다. 많은 중소기업 제품들이 유통업체들의 유통망에 들어가지 못해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전에 인터뷰한 면류시장도, 이날 만난 장류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3월 금형을 시작으로 9월 골판지상자, 전통떡, 청국장, 순대 등 올해에만 49개 품목들이 적합업종이란 보호울타리에서 나가야 한다. 적합업종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현재 적용중인 품목들조차 축소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적합업종이 적용된 품목들은 모두 생계형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적합업종 품목을 판매하는 유통업이 빠진다면 반쪽짜리가 될 여지가 크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형 유통업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적합업종 품목을 판매하는 유통업에 대한 적합업종 지정은 생계형 업종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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