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콩을 넣고 스위치를 누르면 두부를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연구했다. 연구결과도 우수해 정부주관사업에서 우수 아이템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런데 A는 콩을 갈아서 두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만 집중해 시장 검증절차 없이 제품을 개발하고, 수백만원을 들여 시제품까지 제작했다. 시제품을 만든 후 싱크대 위에 놓고 사용한 결과, 콩 투입구가 일반여성의 신장으론 닿을 수 없는 높은 위치였다. 콩 투입구를 낮추기 위해 고민했지만, 콩이 위에서 내려오는 과정을 거쳐야만 두부가 되기 때문에 콩 투입구 자체를 낮출 수가 없었다. 결국 A는 비용과 시간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좋은 아이템이었음에도 실패한 원인은 주 사용자 환경 등을 등한시 했기 때문이다.

반면 웹 기반 파일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Dropbox는 사전검증을 거쳐 사업화에 성공한 경우다. 개발자는 실제 웹서비스를 만들기 전에 Dropbox에서 제공하게 될 웹서비스가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동영상을 제작하고, 개선해야 할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제안했다. 이메일 수집을 통해 검증절차를 밟아간 셈이다. 또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FRANKLIN BARBECUE’ 창업자는 실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레스토랑 개업 전, 푸드트럭을 구입해 음식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체크했다. 주 고객층이 누군지, 어떤 소스를 선호하는지, 어느 시간대에 손님이 많은지 등을 하나하나 검토해 오픈한 레스토랑은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찾게 만든 맛집이 됐다.

스타트업이 새로운 아이템 개발과정에서 연구실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물론 검증절차가 사업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실패확률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기업가 정신 문화센터’ 송정현 대표는 최근 열린 ‘2017 아스피린 아카데미 스타트업과정’에서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발에만 집중하는 게 마음은 편할지 모르지만, 실패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지름길”이라며 “무시받고 거절당하면서 뼈를 깎는 과정을 거쳐야만 아이템이 객관화돼 실패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타트업이 제품시장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검증단계는 피할 수 없는 절차다. 미완성 사업아이템에 대한 혹평이 두려워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실패할 가능성만 키울 뿐이다. 사업실패 리스크를 낮추고, 실패하더라도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개발과정에서부터 반드시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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