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세탁소 주인의 실수로 한번 밖에 입지 않은 새 옷을 분실했다. 비싼 옷은 아니었지만, “세탁물을 받은 기억이 없고, 착각하는 것 아니냐”는 날이 선 말에 몹시 불쾌하고 속상했다. 고작 하루 전의 일인데 기억이 없다고 우겨대니,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사 온 지 2년이 채 안돼 동네세탁소에서 두 번이나 옷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두번 다 보상을 받지 못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3년 발표한 통계를 보면, 2001년에서 2013년 3월말까지 세탁물 분실로 피해를 본 소비자 가운데 절반 이상인 53.1%(148건)가 세탁물 분실에 따른 배상을 받지 못했다. 또 분실사고의 85.3%(238건)가 동네세탁소에서 일어났다. 분실물 사고 대부분이 동네세탁소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세탁소에서 분실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15.7%(41건)였다. 세탁물 인수증이 없어 세탁을 의뢰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고, 그래서 제대로 된 배상을 받을 수 없었다는 게 소비자원의 설명이다.

현행 세탁업 표준약관 및 소비자분쟁해결기준(세탁업) 등에 따르면, 세탁업자는 세탁물 인수시 이상 유뮤를 확인하고, 인수증 등을 교부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동네세탁소의 경우 상당수가 인수증을 발급하지 않는다. 별도의 장부에 기록해두는 곳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동네주민을 상대로 운영하다 보니 옷에 부착된 상표 등에 대충 이름을 남겨두거나 기억에 의존해 운영하는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분실사고가 일어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세탁업자가 고객의 세탁물을 분실한 경우, 이에 따른 손해배상의무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인수증이 없으면 세탁물을 맡겼다는 사실을 고객이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또 선불을 낸 경우에도 보통 현금으로 결제하기 때문에 주인이 “받은 기억이 없다”고 잡아떼면 소비자가 증명할 방법이 없다. CCTV가 있으면 세탁 의뢰여부를 알 수 있겠지만, 영세사업장에 CCTV가 설치됐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소비자원의 조사에서도 세탁업자가 분실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경우가 54.7%(81건)로 가장 많았다.

한편으론 프랜차이즈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동네세탁소와 비교해 체계적으로 세탁물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는 고유의 포스(POS)시스템에 세탁물을 입력하고, 바로 인수증을 발급한다. 인수증이 있으니 옷을 분실했다 해도 동네세탁소의 경우처럼 불쾌한 일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 피해로 인한 배상도 받기 용이해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없는 셈이다. 무분별하게 골목상권에 진출한 프랜차이즈 대형업체 때문에 동네 소규모 점포 사정이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일을 한두번 경험한 소비자는 그 ‘불편함’과 불신 때문에 동네 점포를 외면할 수 밖에 없다. 인수증을 건네는 기본적인 상거래 원칙만 지켜도 소비자 불편은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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