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데이터는 부를 창출하는 새로운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데이터브로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데이터브로커(Data broker)는 소비자 개인의 정보를 수집하고, 재판매할 목적으로 가공하거나 분석하는 기업을 말한다.

예컨대 데이터브로커가 고객의 의뢰를 받아, 특정한 조건에 해당되는 소비자명부를 작성·제공할 수 있다. 또 특정 마케팅을 위해 고객명단을 데이터브로커에게 보내면 마케팅 대상 고객을 선별해줄 수도 있다. 이 밖에 두 기업이 협업은 필요하지만 고객 정보공유를 원치 않을 경우, 브로커가 중간에서 고객정보를 결합·분석해 각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아날로그사회에서 지능정보사회로 변하면서 데이터브로커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데이터브로커를 통한 데이터 활용 제고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데이터브로커시장은 연간 4억2600만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에 분포한 관련 기업 수를 약 5000개로 추산하고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문제는 스마트폰과 SNS 확산,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기술발전으로 정보수집 양이 폭증하면서 데이터브로커 산업에 대한 우려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이나 이메일이 등장하기 전인 1950년대부터 마케팅을 목적으로 소비자데이터를 수집·판매해온 미국의 경우, 지능정보사회 도래에 따른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을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정보프라이버시권을 재산권에 포함, 개인데이터 유통을 활성화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데이터에 대한 무분별한 수집과 오용을 막기 위해 관련 산업에 대한 투명성 요구도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면밀한 실태조사와 지침을 마련하고, 데이터 거래 금지보다는 투명성 강화를 통해 안전한 유통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데이터를 수집, 가공, 유통하는 데이터 관련 시장 자체가 협소하다. 데이터브로커라고 분류할만한 기업이 드문 상황이다. 그나마 있는 기업도 데이터 활용을 통해 상권분석이나 교육과정의 적정성 검토 등과 같이 수요가 많은 고부가가치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 남용에 대한 우려로 개인정보를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는 탓이다. 현행법상 개인정보는 처리 목적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적법하게 수집해야 하며, 목적 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데이터 유통이 어려우니 가공할만한 양질의 데이터와 분석 전문가도 부족하다.

향후 데이터의 중요성이 점점 커짐에 따라 데이터 사용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나금융연구소 보고서에서 나성호 연구위원은 “개인정보는 반드시 보호돼야 하지만 데이터브로커의 업무 프로세스 투명도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풀고, 그 혜택을 소비자에게 되돌려 주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내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정책본부 ICT미래전략팀 백인수 수석도 ‘데이터브로커를 통해본 데이터 활용 촉진 전략방향’ 보고서를 통해 “데이터 유출 등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은 강화하는게 마땅하나 데이터의 사용 자체를 무조건 규제하는 상황은 개선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민감하고 가치 높은 데이터를 가진 정부와 공공기관이 제3의 기구를 통해 데이터를 안전하게 유통, 전문적으로 가공해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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