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내 건설업체 A사는 2013년 터키정부가 발주한 약 300억불의 원전 건설·운영사업 입찰에 참여했다. 이를 따내기 위해 장기간 공을 들였지만, 해당 프로젝트는 결국 일본으로 돌아갔다. 낮은 조달금리의 정부 정책자금을 활용해 한국보다 경쟁력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2, 2015년 국내 B건설사는 몽골정부가 발주한 철도공사를 진행하다 도중에 공사를 그만둬야 했다. 몽골 정부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공사비를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운좋게 중국계은행이 자금지원을 약속했고, 다행히 공사를 재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은행은 자금조달을 이유로 시공사를 자국업체로 바꿔달라고 요구했고, B사는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사업발굴에서 금융투자까지 타당성조사·개발비용 등 지원

앞으로는 해외인프라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건설기업의 금융조달에 대한 고충이 줄어들 전망이다. 국토해양부가 사업발굴이 실제 금융투자까지 이어지도록 타당성조사 지원, 개발비용 투자 등 각종 지원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2017년 해외인프라 개발사업 진출지원 설명회’에서 국토교통부 해외건설정책과 김중한 사무관은 “사업을 발굴하더라도 개발단계에서 금융투자로 이어지는데만 최소 5년에서 최대 7년이 소요된다”며 “기업들이 이 기간을 잘 견뎌, 수주가 성사되도록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외인프라 개발사업은 사업의 발굴·기획부터 자금조달, 시공, 운영까지 건설사가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개발 방식으로 이뤄진다. 인프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조달과 운영도 건설사가 도맡아 하는 것이다. 이에따라 금융업무가 추가된다. 일반도급공사에서 건설사는 설계, 부품, 소재조달, 공사업무만을 원스톱으로 수행한다. 일반도급공사는 사업의 성과와 무관하게 일정금액의 공사비를 수령하지만, 인프라 개발사업은 건설사 수익이 사업의 성과가 연동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최소 10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사업인데다, 금융 및 법률 등 자문기관도 필요해 막대한 사업비용이 필요하다. 따라서 안정적인 금융조달이 중요하다. 개발·제안단계부터 철저한 금융조달계획을 세워, 이를 바탕으로 공적수출신용기관(ECA) 등 금융기관 및 투자자와 접촉해 지분제공, 대출 등의 방법으로 자금조달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가 ECA 해당한다.

“국채금리가 일본·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높아 입찰에 불리”

그러나 국내 건설사의 경우 기존 수주가 단순도급사업에 편중돼 있어 투자개발형 사업에 대한 경험과 역량이 부족하다. 또 경쟁국 민간금융기관과 ECA에 비해 금융조달 경쟁력도 모자라다.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업계관계자는 “국내 국채금리가 일본이나 유럽 등 여타 선진국에 비해 높아 입찰에 불리하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에 정부차원에서 해외인프라 개발사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게 국토해양부의 구상이다. 2009년부터 ‘해외인프라 개발사업 발굴 및 투자 등을 위한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투자개발형 인프라 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예산규모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 20억원이었던 예산은 지난해 25억원 그리고 올해는 30억원으로 증가했다.

정부가 국내기업의 해외인프라 개발사업 수주를 위해 타당성조사와 금융투자를 지원한다. 타당성조사는 해당 투자개발사업의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 기업의 리스크를 줄여주기 위한 사전조사를 말한다. 사업의 추진 정도에 따라 예비타당성과 본타당성으로 구분해 지원한다.

타당성이 입증되면 코리아 해외인프라펀드(KOIF), 글로벌인프라펀드(GIF) 등이 투자를 지원하고, 정책금융, 국제금융기관 등과도 연계해준다. 또 국토부가 나서 발주자 및 상대국 정부와의 건설외교를 지원함과 동시에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통해 수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연간 6~9건의 타당성조사에 건당 최대 7억원까지 지원한다.

대상사업은 우리기업이 사업주로서 개발, 건설 또는 운영관리에 참여하는 해외인프라 개발형사업이다. 국가 기간시설 및 도시건설, 신재생에너지, 물류시설, 관광단지, 공공시설, 환경시설, 산업플랜트 및 산업단지개발 등이 포함된다.

수주 성공시 인센티브…사업신청과 보조금 정산은 수시로

이날 설명회에서는 ‘해외건설시장개척 지원사업’의 개정사항도 발표됐다. 경협사업(EDCF) 참여를 목적으로 추진하는 타당성조사 지원을 강화하고, 수주에 성공한 경우 차회 지원사업 참여시 인센티브도 강화했다. 기존 지원 비율 인센티브는 10%이내였으나 15% 이내로 늘렸다. 또 기존에는 대기업, 공기업은 반드시 중소· 중견기업과 공동으로 신청하는 경우에만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미주, 유럽,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지역 등에 진출할 때는 단독으로 신청할 수 있다. 기업의 편의를 고려, 사업신청과 보조금 정산도 수시로 할 수 있게 변경됐다.

김중한 사무관은 “수출건설기업을 위한 좋은 지원제도가 많은데, 금융투자까지 연계되는 경우는 낮다”며 “해외투자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단계별 정부지원을 잇는 프로젝트 관리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4월3일부터 28일(17:00시)까지 타당성조사와 금융투자 추천사업 대상을 추가로 모집하고 있다. 관심있는 기업은 ‘해외건설협회’ 홈페이지(http://kor.icak.or.kr/)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