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5년까지 연평균 1736건의 하도급법 위반 신고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조치·과징금·시정명령 등 실질적인 제재처분을 내린 건수는 연평균 123건(7.1%)에 불과했다. 반면 서면경고 건수는 2014년 172건에서 2015년 600여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하도급법 위반 범죄에 대한 공정위의 ‘면죄부 수사’란 비판과 함께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자료=‘상생협력을 위한 하도급거래의 제도개선과 발전방향’ 토론회 자료집/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생협력을 위한 하도급거래 제도개선과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법무법인 한로의 오승돈 변호사가 ‘공정위 통계연보’를 인용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하도급법 위반 신고 건수는 1727건, 이 중 고발조치는 30건(1.7%), 과징금은 15건(0.8%), 시정명령은 61건(3.5%)에 불과하다. 2014년 신고사건의 경우에도 고발조치(0.3%), 과징금(1.2%), 시정명령(3.5%) 등 봐주기 수사는 여전했다. 2016년에도 솜방망이 처벌은 계속돼 고발조치(1%), 과징금(3%) 그리고 시정명령은 5.7%에 그쳤다.

이날 토론회에선 신고사건 3건 중 1건 정도인 무혐의처분 비율을 근거로 공정위의 부실한 조사관행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오 변호사는 “심의절차 종료 및 무혐의 비율이 2014년 35.1%, 2015년 31.7%다. 을이 갑을 상대로 신고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접수된 건수 대비 무혐의 비율이 이 정도라는 건 문제가 있다”며 “공정위가 인력이 부족함에 따라 ‘서면 미교부’와 같은 간단한 사건은 (빠른 시간내)조사해 고발이나 과징금을 내릴 수 있음에도, 복잡한 사건 때문에 미뤄두다가 가볍게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공정행정 당국의 시장 감시기능이 떨어진 통계 수치를 반영하듯 감소추세를 보였던 하도급법 위반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규제연구센터의 이수일 소장이 이날 ‘공정위의 하도급 실태조사’를 인용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하도급법 위반 건수는 2006년 1960건에서 2010년 367건으로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2015년 1095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분쟁조정 건수도 2006년 18건에서 2015년 329건으로 급증했다. 이와 관련 이 소장은 “대기업들이 분쟁조정에 응하고 싶어서 한다기보다는, 분쟁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사건이 공정위로 넘어가버리니 그게 싫어서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도급법 위반 행태는 여전한 가운데, 원사업자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또 “고발 및 과징금, 시정명령 등을 받은 중범죄 건수는 2006년 135건에서 2015년 174건으로 꾸준히 일정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서면경고 건수의 경우 2014년 172건에서 2015년 600여건으로 급증했다. 이를 두고 공정위가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정위가 적극적인 공정행정 및 제도적인 개선을 통해 하도급법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이 소장은 “보복행위로 한 차례만 고발조치되더라도 1년간 공공분야 입찰참여를 금지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의 경우 보복행위 여부에 대한 판단이 매우 어렵다”며 “단기적으로는 계약서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관련 보복행위 입증책임을 원사업자에게 귀속시키고, 공정거래협약의 경우도 과거 형태를 그대로 이어갈 것이 아니라 하도급 거래 개선을 위한 도전적 형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공정거래협약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공정위가 대안을 만들고, 불공정관행 개선을 위해 새롭고 도전적인 정책들을 시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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