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282억달러에 그쳤다. 2015년 461억달러와 비교하면 40% 가까이 감소한 금액이다. 브렉시트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증가한데다, 저유가로 인해 중동 발주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탓이다. 중동 의존도가 약 40%에 달하는 국내 건설사에 저유가는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향후 미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우선주의에 따라 대(對)중동 강경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우리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기존의 ‘일반도급수주’를 부가가치가 높은 ‘투자개발수주’로의 전환을 독려하는 한편 신시장 개척을 통해 수출건설기업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와관련 지난 7일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는 ‘2017년 해외인프라 개발사업 진출지원 설명회’를 개최, 정부 지원사업을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오는 28일까지 지원사업의 대상기업을 추가 모집키로 한데 따른 설명회다. 이 자리에선 해외인프라 개발사업시 기업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다는 금융조달과 관련한 정부의 지원방안이 소개됐다. 또 ‘해외건설시장 개척 지원사업’의 개정사항도 발표됐다. 인력·비용·정보 등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에는 꼭 필요한 정보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 사전신청자가 아니면 참여가 불가능하다며 설명회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을 막아서는 관계자들의 모습에 의구심이 일었다. 지원사업 설명회인데, ‘입장할 수 없는 이유가 뭐냐’ 물었더니 “공간이 한정돼있어 사전에 신청한 사람을 우선적으로 입장시키고 있다. 국토부에서도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수출건설기업의 경영난을 덜겠다는 사업의 목적과는 어쩐지 거리가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신청자 중 불참인원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다행히 자리가 있었고, 현장 참여자들도 입장할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장 참여자를 막아선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관심이 있는 기업이라면 사전에 신청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위주로 돌아가는 건설기업입장에선 정부지원사업을 항상 모니터링하긴 어려운 일이다.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더하다. 지원사업에 관심이 있었지만, 신청기한이 지나 뒤늦게 설명회 공고를 확인한 기업도 있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배제하더라도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정부사업 설명회에 현장참여가 불가하다는 규정은 어느 부처의 정책설명회에서도 들어본 일이 없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돕는다는 사업의 취지를 생각했다면, 애당초 좀 더 넓은 공간을 빌렸어야 했다.

정부는 국민이 요구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번 지원설명회는 국가안전보장·국방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됐을 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가 아니었다. 또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도 아니었다. 정부 스스로 행하는 지원사업 설명회일 뿐이었다.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추가모집을 할 정도로 해당 사업의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보가 모자란 기업이 정보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사전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아이러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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