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하도급거래 행위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규모 자체도 문제지만, 불공정행위를 즉각 중단시킬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도 문제다. 그로인해 피해 중소기업이 회복 불가능한 손해까지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이익제공을 강요하거나, 부당한 특약설정으로 피해를 주는 행위 또는 보복조치 행위 등은 중소기업을 경영존폐 위기로까지 몰고 간다.

현행 하도급법이 인정하는 권리구제 방법은 민사소송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등 사후적 구제일 뿐, 불공정행위를 즉각 혹은 긴급하게 중단시킬 수단은 없다. 따라서 수급사업자에게 ‘불공정 하도급거래 행위 금지 청구’를 법원에 직접 제기할 수 있는 가처분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상생협력을 위한 하도급거래의 제도개선과 발전방향’ 토론회에서는 하도급법 위반으로 인한 수급사업자의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불공정 하도급거래 행위를 금지시킬 수 있는 ‘금지청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하지만 현행 하도급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의 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전속고발권에 따라 수급사업자가 직접 불공정행위 금지를 청구하는 것은 불가하다. 또 가처분신청은 본안소송의 당사자만이 제기할 수 있는 것인데,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서 공정위만이 당사자적격을 갖고 있어 수급사업자의 직접 청구는 인정되지 않는다.

오 변호사는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도입돼 시행되고 있는 금지청구제도를 우리나라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클레이튼법’ 제16조에는 ‘어떠한 개인, 회사 또는 단체가…(중략)…법 위반에 의한 손실 혹은 피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해 연방법원에 금지조치를 청구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또 일본의 독점금지법은 ‘불공정거래방법 금지규정 위반행위에 의해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자는…(중략)…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에 대해 그 침해의 정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하도급법이 아닌 공정거래법에 금지청구권을 도입하는 법률개정안을 발의해 20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청구’를 신설하고,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자는 그 행위를 한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에 대해 법원에 그 행위의 중지 또는 금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오 변호사는 “공정위를 통한 구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가 무혐의 처리하는 경우 수급사업자가 행정적·형사적 수단을 통해 피해구제를 받는 게 한계가 있다”며 “금지청구제도를 도입, 수급사업자가 사적소송을 통해 하도급법 위반으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고, 공정위가 수행해야 할 하도급법 집행을 보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의 정진욱 국장은 “금지청구제도는 공적집행 위주의 공정위 법집행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방안”이라며 “하도급법뿐만 아니라 공정거래법 등 공정위 소관 법률 전체 차원에서 도입여부 및 우선순위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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