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비용 등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해외시장 진출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해외전시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해외전시회 참가 자체에 의미를 둬서는 안되며, 전시회 선정부터 참가 후 성과까지 면밀하게 분석, 전시회 참가가 마케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는지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무역협회 이재출 전무는 12일 오후 무역협회가 주최한 ‘ICT·IoT 융합제품의 해외진출 활성화 세미나’에서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해외전시회를 통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해외진출 기회를 잡자”고 제안했다.

해외전시회는 한 장소에서 짧은 시간동안 많은 바이어를 만날 수 있고, 기업 이미지와 제품 인지도를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특정분야 전문전시회에서는 정보교류를 위한 세미나와 심포지엄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기술·시장 동향을 파악하는데 유리하고, 신제품 조사 등 마케팅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길지 않은 전시회 기간 동안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알 수 있다. 전시회가 끝나도 인터넷 등을 통해 고객 및 바이어를 꾸준히 관리할 수 있다. 기업이 단독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도 줄어든다. 전세계 기업들이 마케팅수단으로써 전시회를 활용하는 이유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ICT·IoT분야에서 대표적인 전시회는 CES와 MWC다.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첨단 IT소개의 장으로, 관련 기업들이 총출동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IT전시회다. 약 150여개국의 4000개 업체들이 참가하며, 참관객은 평균 18만명으로 추산된다. 일반 소비자 참관객이 많은 B2C 전시회다. 1967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해 현재는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매년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TV·오디오·비디오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전자제품이 주 였으나, 최근에는 AI(인공지능)·VR(가상현실) 등 첨단기술이 담긴 가전제품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MWC(Mobile World Congress)는 세계 최대규모의 이동·정보통신산업 전시회다. 전세계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제조사 및 장비업체의 연합기구인 GSMA(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 Association)가 주최한다. 1987년부터 매년 2월 마지막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다. 약 100개국의 2000여개 기업이 참가하며, 참관객은 평균 10만명 정도다. 무선통신과 모바일 생태계 전반·AI·IoT·VR 등 각 분야의 첨단기술이 소개되고, 콘퍼런스와 전시회가 함께 열린다. 일반 소비자보다는 해외이동통신사업자 등 업계 관계자의 참여가 높다.

전시회 ‘참가’ 자체보다 사전·사후관리가 더 중요

단기간에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전시회는 효과적인 마케팅수단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만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한국무역협회가 12일 주최한 ‘ICT·IoT 융합제품의 해외진출 활성화 세미나’   ©중기이코노미

참가할 전시회는 자사제품이 속한 대표적 업종별 전문전시회나 타깃시장에서 열리는 전시회가 좋다. 또 바이어가 많이 찾는 전시회가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CES의 경우 참관객은 많지만 대다수가 일반 소비자다. 소비자 반응과 시장동향 그 이상을 기대하긴 어렵다. 반면 MWC는 관련 업종의 대표 전시회로 관련업계 종사자가 대부분이다. 제품홍보와 시장정보 교환이 용이하고 바이어를 구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단 일반 참관객 대상 전시회보다 참가비가 비싸다. CES 참관비는 40달러 정도지만 MWC의 경우 기업은 약 400달러, 일반 참관객도 100달러에 달하는 입장료를 내야한다. 부스설치비 등의 부대비용은 별도다.

이밖에 참가업체 수가 1000개 이상인지, 참가업체의 재참가율이 최소 40% 이상인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재참가율이 높다는 것은 전시회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CES의 재참가율은 90%, MWC의 경우 70~80%에 달한다는 게 이 부회장의 설명이다.

전시회 참여를 결정했다면 사전 홍보를 고려해 볼만 하다. 기업의 이미지나 인지도를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 비용부담이 있다. 기업의 예산과 목적에 맞게 전시회 홈페이지, 인터넷 광고, 관련 산업 전문잡지 광고, 전시장 및 옥외광고 등을 선택하면 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전시부스는 기업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성의껏 디스플레이하고, 자사제품의 특장점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방객 입장에서 공간을 만들고, 내부로의 진입을 방해하는 판매물 등이 없어야 한다. 내방객 대부분이 참가업체 명단을 확인하고 목적에 맞는 업체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력한 바이어를 부스로 초대하는 등 사전 프로모션을 계획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운영자가 테이블에 앉아있거나 운영자끼리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경쟁업체 부스를 둘러보며 참고할 부분이 있는지 살피는 것도 유용하다.

운영자는 상담내용을 즉시 기록해야 한다. 의사결정권자 여부, 구매내력, 주문시기, 개인정보, 거래장애요소, 수요제품 등은 반드시 기재해야 차후 마케팅을 통해 미래의 바이어를 확보할 수 있다. 상담요원은 바이어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제품지식이 있어야 하고, 가격협상력이 있는 책임자급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신뢰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전시회가 끝나면 전시회 참가 전에 세운 목표 대비 성과를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에 좋은 전시회였는지 혹은 아니었는지 판단할 수 있고, 지속적인 참가 여부도 결정할 수 있다. 다양한 전시회에 참여한 기업이라면 전시회별 성과를 분석해 가장 성과가 높은 전시회를 중심으로 향후 참가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같은 전시회를 최소 3~5년 이상 참석해야 바이어와의 신뢰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시장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도 가능해진다”며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업 스스로 인내심을 갖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전시회에 참가하려는 중소기업은 관련부처의 해외전시 참가 지원사업을 활용하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중소기업청, 코트라, 한국무역협회,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부스임차료, 장치비, 전시물품 운송비, 통역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 해외전시포탈(http://www.sme-expo.go.kr/)’, ‘글로벌 전시포털 GEP(www.gep.or.kr)’에서 해외전시회 일정과 해당 전시회 지원제도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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