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요란한데, 얼마나 준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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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요란한데, 얼마나 준비했나 “정부주도 성과 미미, 민간기업이 주도하도록 방식 바꿔야”

기사입력2017-04-13 20:10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차원에서 4차산업혁명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제대로 된 성과도 없고 한계도 있어, 민간주도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안이 나왔다.

산업연구원 장석인 선임연구위원은 13일 산업연구원이 개최한 ‘4차산업혁명 시대 신성장동력 창출방안’ 세미나에서 “4차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있지만, 위험과 불확실성이 예상되는만큼 기존 틀을 깨고 창의기업 중심으로 가치창출과 성장모멘텀을 확보해야 한다”며 “기존의 ‘제조업 대 서비스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여건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장 연구위원은 정부주도의 혁신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에서 ‘제조업 혁신 3.0’과 같은 다양한 전략을 내놓았지만, 실효를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금융회사 UBS가 지난해 전세계 139개국을 대상으로 산업혁명 준비정도를 평가한 결과를 보면, 한국의 산업혁명 준비는 25위에 그쳤다. 말레이시아(22위), 체코(24위)보다도 낮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4차산업혁명은 ICT기술과 다양한 첨단기술이 융합해 확산되는 게 핵심이다. 따라서 미래 예측이 어렵고, 새로운 여건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수적인데, 정부차원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특성들이다. 따라서 4차산업혁명을 정부가 주도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주도해서 혁신을 이끌어 갈 수있도록 지원하고, 이 과정에서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장 연구위원은 “기업이 현재 4차산업혁명을 어떻게 인지하고, 어떤 과정에 있는지 실태조사를 우선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또 첨단장비와 설비 운영 우수인력 확보, 글로벌 기준의 원부자재와 소재부품 조달 문제, 국내 산업간 연계 및 협력 미흡 등 근원적인 문제를 해소할 정책이 우선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기존 주력산업을 고도화하는 경우에는 다양한 기술융합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부처간 협력을 통한 패키지형 종합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표 정책으로 간주되는 ‘스마트 공장’ 사업과 관련해서도 지원목표와 지원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사업은 지원공장 수를 늘리거나 스마트화의 단계화 등 양적확대에 집중돼 있다는 게 장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일례로 제품판매 후 원격관리 및 서비스 제공 시스템 구축과 같은 새로운 기술 등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기업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경기대 행정대학원 최성호 교수는 “4차산업혁명을 한국경제 재도약 기회로 삼기위해서는 정부가 안해도 될 일을 걷어내고 해야 할 일을 찾아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며, 우선해야 할 일로 규제개혁을 들었다. 전면적인 네거티브 규제시스템을 적용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개입하자는 게 최 교수의 주장이다. 동시에 연구개발, 인재양성, 표준·인증 보강, 구매조달 등 시장조성, 중견·중소기업 맞춤형 R&D 및 컨설팅 지원 등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황인학 선임연구위원도 “세계 주요국은 민간에 대한 조세 및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인데, 한국은 창조경제를 외치면서도 두 차례에 걸쳐 조세지원을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또 “4차산업혁명에는 밝은 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문제와 같은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적극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허은녕 교수는 “4차산업혁명에서 국가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가 충분해야 한다”며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접근해 원재료, 에너지 공급 등에 대한 인프라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산대 김호원 석좌교수는 “정부가 장기목표를 설정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획, 집행, 평가, 피드백의 체계적인 이행점검체계를 마련하고, 대통령 직속위원회에서 범정부적으로 점검,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