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통신시장 유통점 인증제’는 이동통신 3사로부터 판매 수수료를 받는 유통업체들로서는 ‘자율’이 아닌 사실상 ‘강제성’을 띤 제도라고 업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올해 5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통신시장 유통점 인증제’는 유통업체의 ‘자율’이 아닌 ‘강제’ 제도라는 주장이 나왔다. 인증을 받은 유통점인지 여부와 통신판매사 보유 여부가 대리점·판매점 평가항목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동통신 3사로부터 판매 수수료를 받는 유통업체들로서는 사실상 ‘강제성’을 띤 제도라는 얘기다.

게다가 규모를 갖추지 못한 1인 유통점의 경우에는 아예 인증조차 받지 못하게 함으로써 인증제도 시행을 앞두고 유통업체들의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 

 

대리점 등 유통업체 모임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최근 전화통화를 통해 대리점과 판매점은 이통3사에서 받는 수수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실상 이통3사의 지침을 거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협회가 모 대리점으로 하달됐다고 공개한 ‘통신시장 유통질서 건전화 사업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인증 유통점 및 통신판매사 보유 여부가 대리점·판매점 평가항목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통3사는 평가항목에 따라 대리점과 판매점의 점수를 매기는데, 이 점수에 따라 수수료가 차등 지급된다. 따라서 평가점수가 높지 않으면 타 유통점보다 낮은 수수료를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높은 수수료를 받으려면 유통점들은 반드시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앞서 지난 9일 대규모 집회를 열고 ‘통신시장 유통점 인증제’를 중지하고, 이통3사 영업정지에 따른 피해를 보전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유통시장 건전성, 이용자 권익 보호위해 인증제 도입

지난달 12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SK텔레콤, KT, LG U+ 등 이통3사가 사업 발족식을 갖고 올해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힌 ‘통신시장 유통점 인증제’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유통점을 인증해 주는 민간 제도다. KAIT와 이통3사는 이를 통해 이동통신 시장을 건전화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15조에 의거해 설립된 KAIT는 현재 SK텔레콤 하성민 대표이사가 회장을 맡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 유통점이 인증을 받으려면 근무자 중 두 명 이상은 반드시 통신판매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오는 19일 첫 시험 시행을 앞둔 통신판매사 자격은 이동통신 기술, 이동통신 사업 관련 법령 및 금지행위, CS(고객관리) 등 이통통신 판매업무와 관련된 교육을 온라인으로 이수한 사람만이 시험을 치를 수 있다. 교육·자격비는 인당 6만원이다.

KAIT는 인증을 신청한 유통점을 심사한 후 일정 자격을 갖췄다고 판단하면 통신판매사가 2명인 곳은 ‘인증 유통점’으로, 통신판매사가 4명 이상인 곳은 ‘우수인증 유통점’으로 인증해 준다. 최초 인증 유효기간은 2년이고 이후에는 매년 인증을 받아야 하며, 인증 수수료는 최초 45만원이다. 재인증을 받을 때는 27만50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인증은 각 유통점별로 진행되며 심사항목은 ▲유통점 기본사항인 통신판매사 자격 보유자 유무·유통점 인증을 인지했는지 여부와 ▲운영관리현황 ▲이용자 보호활동 등이 있다.

KAIT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이동통신 유통과 관련된 포털 홈페이지 ‘통신시장 유통질서 건전화’(http://www.ictmarket.or.kr/)에서 소비자에게 인증 유통점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불시로 유통점을 점검하는 등 모니터링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유통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고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것이 KAIT의 구상이다.

지난달 12일 ‘통신시장 유통점 인증제’와 관련된 공동선언문에 KT 김영호 상무, KAIT 노영규 부회장, SKT 조창노 상무, LG U+ 박상훈 상무(왼쪽부터)가 서명했다.<사진=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KAIT는 올해부터 유통점 인증제를 도입·시행할 예정이며, 인증 유통점에게는 ▲각종 판촉 및 홍보·사무용품을 지원하고 ▲인증 유통점 지정 여부와 통신판매사 보유 여부를 대리점·판매점 평가항목에 반영키로 했다. 또 ▲판매점을 등록할 때 유통점 인증을 주요 요건으로 권장하고 ▲가입업무 등 주요 업무는 통신판매자 자격 보유자가 행하도록 권장해 2015년 12월까지 모든 유통점이 인증을 받게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율을 빌미로 한 강제 제도”…인증비용도 이의제기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통신시장 유통점 인증제’는 이통3사의 실질적인 ‘강제’ 제도라는 주장 외에도 인증비용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우수인증 유통점으로 인증을 받으려면, 인증 수수료 45만원과 함께 통신판매사 4인의 경우 검정비 24만원 등 총 69만원을 점포별로 부담해야 한다. 현재 KAIT가 추정한 인증 대상점에 해당하는 4만6573개 유통점이 모두 우수인증 유통점 인증을 받는다면 초기 인증 때 지출하는 비용만 320억원을 넘는다. 여기에다 최초 인증 후 2년 뒤 매년 재인증을 받기 위해 점포별로 27만5000원의 수수료를 별도로 또 내야 한다.

협회는 이같은 자격검정시험 비용과 재인증 비용 등이 타당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반 기업체가 받는 ISO인증이나 Q마크 등과 달리, 주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증제도 비용을 갱신할 때마다 내는 것은 큰 부담이라는 것이다.

또 인증대상을 인증 유통점은 통신판매사 2인 이상, 우수인증 유통점은 통신판매사 4인 이상이라고 제한한 것도 문제라고 했다. “규모를 갖추지 못한 1인 유통점은 아예 인증조차 받지 못하고 판매자가 많은 유통점만이 우수하다고 지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KAIT에서 현장 이야기를 듣겠다며 회의를 제안했다”며 “이런 문제점을 제기하고 KAIT와 최선의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AIT 역시 유통점들의 반발을 의식, 협회측과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만들어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협회는 이동통신 유통질서 건전화를 위해 정부와 통신사업자, 이동통신유통협회가 참여하는 이동통신발전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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