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직원 수는 지난해 9월 기준 535명이다. 공정위 조직도를 보면 경쟁정책국이나 소비자정책국, 기업거래정책국 등 직접적인 공정행정직무를 수행하는 부서는 30개 과(課)가 있다. 공정위위원장·부위원장, 심판관리관, 대변인실 등 지원인력을 제외하면 현장부서 실무인원은 400여명 정도다. 이들 400여명이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약관법, 표시광고법, 할부거래법 등 11개 법률에 해당하는 사건을 모두 관할하고 있다.

공정위 관할업무가 과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16년도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를 보면, 절반에 가까운 46.1%의 수급기업이 ‘피해구제가 충분치 않다’는 불만을 내놓기도 했다.

서면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모집단 13만4000여개 제조업 중소기업(2015년 기준) 가운데 6만3000여개의 기업이 수급기업이다. 이를 기준으로 했을 때, 공정위에서 현장부서 실무를 담당하는 400명이 직접 하도급 실태조사를 한다고 가정하면, 직원 1명이 157개 업체를 담당하는 셈이다.

그런데 실태조사와 함께 그 분석은 공정위 조사관이 하도급 관련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기초자료일 뿐이다. 실태조사 및 분석을 근거로 공정위 조사관이 현장을 방문, 수사를 통해 불공정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징금·검찰고발 등 행정처분 완결까지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외 인지수사와 신고건에 대한 수사는 별도다.

이는 하도급법 관련 범죄를 처리하는 프로세스일 뿐이다. 하도급법 외 공정위 조사관이 관할하는 법률 10개 각각에 대해 같은 프로세스를 반복해야 한다. 공정위의 업무부담을 덜어주는 것과 함께 공정행정 업무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하도급감독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자료=갑질타파를 위한 개혁입법 발표회 자료집/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지금까지 하도급감독은 감리 등이 일부 담당해 왔지만, 감리업무는 하도급 규정준수보다는 건축법 등 일반규정 위반 여부를 감독하는데 치중했다. 또 감리는 공사규모 등에 따라 발주자 또는 발주자와 원사업자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해 수급사업자를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형준 변호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하도급법만으로 위반사항을 실질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 감리가 위반사항을 단속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하도급감독관 제도를 도입해, 하도급감독관이 현장을 반드시 월 1회 이상 방문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가 준비한 개정안을 보면, 하도급감독관은 월 1회 이상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장을 방문해 하도급법 또는 하도급 관계 법령에 위반되는 사실을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위반사항 발견시 하도급감독관은 발주자 또는 원사업자에게 시정권고를 할 수 있으며, 이를 따르지 않을 시 공정위에 통보해야 한다. 

공정위는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해당사업장 조사를 완료하고, 조사완료일로부터 60일 내에 시정조치를 명해야 한다. 하도급감독관은 변호사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관련 분야 10년 이상의 경력자 중에서 수급사업자 또는 하수급업자가 지정한다.

서울시는 2015년 10월 하도급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해 2명의 변호사를 하도급 호민관으로 임용하고, 건설공사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이들은 건설현장의 불공정 하도급을 모니터링하고, 건설하도급 점검·상담 지원업무 그리고 건설하도급 관련 제도개선 제안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 변호사는 “현재 서울시에서는 호민관제도를 통해 사실상 하도급감독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제조업 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수급기업이어서 하도급감독관을 운영하는데 자금과 인력문제를 우려하지만, 서울시 사례를 보면 하도급 갑질 개선효과가 더 크다. 앞으로 더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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