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탄핵대선의 화두 중 하나는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서 드러난 재벌의 민낯에 대한 개혁도 포함되고 있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에도 재벌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차단하기 위한 ‘경제민주화’가 화두였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대선의 주요 쟁점이다. 거꾸로 얘기하면 박근혜 정권 5년간 경제민주화는 실종됐고, 재벌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이 더 심화된 것이다.

탄핵대선을 앞두고 대한상공회의소는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을 내놨다. 경제계 제언을 통해 대한상의는 “기업인들은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음으로써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대한상의가 대선후보들에게 내놓은 제언 중 상법개정안에 대한 내용을 보면,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외국계 투기자본의 영향력만 강화한다고 반대,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자본 다수결 원칙에 위배되고 적대적 M&A에 노출된다는 이유로 반대입장을 밝혔다. 또 ‘전자투표제 의무화’는 해킹, 악성루머 등에 의한 주주의사가 왜곡된다고 반대, ‘자사주 처분 제한’은 지주사 전환에 어려움이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 주주 권리 침해와 기업간 독립경영 원칙을 훼손한다고 반대, ‘특정 사외이사 선임’은 주주 재산권 침해와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추진이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입장을 밝혔다. 

대한상의가 반대하는 상법개정안 내용들은 하나같이 재벌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고, 국민적 합의를 이룬 사안이다. 대한상의가 반대입장을 피력한 상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친박정당’인 자유한국당의 몽니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던 경제민주화법안이다. 국민들을 포함 더불어민주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그리고 정의당까지 합의했던 상법개정안에 이제 대한상의까지 가세해 몽니를 부리는 꼴이다.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으면 내려놔야 한다. 더욱이 지난 국회 청문회와 검찰 및 특검수사 결과 재벌총수들이 움켜쥔 ‘기득권’이란 것이 ‘불법·탈법’ 수준임이 확인됐다. 이번 탄핵대선에서 재벌개혁이 또 다시 화두로 떠오른 현실에 대해 대한상의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재벌기업은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외부의 충격을 통해 자정능력을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재벌기업이 국가경제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면서, 국민기업으로서 신뢰와 존경도 받을 수 있다. 언제까지 때만되면 재벌총수들이 검찰에 불려나가고, 청문회에 서고, 감옥에 가는 일을 반복하겠다는 것인가. 바뀌지 않으면 재벌기업도 죽고, 결과적으로 대한상의도 존립근거가 없어진다. 대한상의의 자중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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