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예술가가 저명한 국제 예술가의 작품만 전시하는 것에 항의하는 뜻으로 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100만달러짜리 도자기 작품을 깬 경우가 있었습니다. 또한 전시를 위해 외국에서 빌려온 작품이 국내에서 열어보니 이미 깨져서 온 경우도 있었구요. 작가가 무료로 모델을 써 그림을 그렸는데 그 모델이 자신의 초상권을 주장하며 그림을 전시하지 못하도록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자주 있는 일로는 A갤러리에서 작품을 샀는데 같은 작가의 같은 시리즈 작품을 B갤러리에서는 훨씬 저렴하게 파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구매한 작품이 나중에 위작으로 들통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지요. 또한 작품 거래시 세금은 얼마나 내야 하는지, 법인이 구매한 미술품으로 절세할 수 있다는데 이런 일들은 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걸까요?

미술법의 영역은 ‘표현의 자유’ ‘저작권’ ‘위작’ ‘매매’ ‘보험’ ‘세법’ ‘명예훼손’ ‘약탈과 훼손’ ‘문화재법’ 등으로 구분됩니다. 미술과 관련한 빈번한 이슈들이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미술법 사건들은 특별한 법 영역이라기보다는 민법, 형법, 행정법, 헌법, 저작권법, 세법 등 기존의 법 영역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슈들은 각기 민법, 형법, 헌법 등 하나의 법 영역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여러 가지 영역의 법이 교차합니다.

예를 들면 ‘표현의 자유’는 헌법적 영역으로 설명되지만, 표현행위 중 길거리의 국가기물 위에 낙서하는 행위는 ‘형법’의 제한을 받고(국가기물파손죄), 마음대로 그린 벽화를 담벼락 주인이 지우려고 하는 것은 민사적인 담벼락 소유권과 그림에 관한 저작권이 겹치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예술의 자유는 1919년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에서 최초로 규정된 자유권으로 주관적 공권인 동시에 문화국가의 정신을 구현하는 문화적 기본권입니다. 주관적 공권이란 국가적 공권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공법관계에 있어서 직접 자기를 위하여 일정한 이익을 주장할 수 있는 법률상의 힘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22조에서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여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예술’이란 무엇일까요? 예술이란 미(美, 醜美를 포함)를 추구하는 인간의 창조적인 행위를 의미합니다.

또한 예술은 기술적이고 의도적인 표현활동이라고 합니다. 예술가의 개성과 의도를 강하게 나타낼 때 아름다움은 나타나지요. 이에 따라서 예술의 자유에 의하여 예술가들은 다루고자 하는 주제, 소재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고 선악, 진실과 허구, 도덕과 비도덕, 美와 醜, 현실과 비현실에 제한이 없게 됩니다.

독일의 법학박사 Rupert Scholz는 “인식될 수 있고 표상으로 나타낼 수 있도록 형태를 부여하는 모든 창조적이고 개인적인 행위는 예술로 파악될 수 있다. 그것은 그 창조자의 개인적 체험이 객관화되어 표현된 것이며,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외부로의 의미전달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헌법 제22조 외에도 제21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으로부터 표현의 자유가 도출되며,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를 의미하고,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국민주권을 실현하는데 필수불가결한 것으로서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의 정신적인 자유를 외부적으로 ‘표현’하는 자유라고 할 수 있다고 결정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듯 제21조와 제22조를 종합해 보면 이러한 예술의 자유에는 구체적으로 세 가지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예술 창작의 자유’입니다. 예술 창작의 자유란 예술과 관련되는 소재 등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유입니다. ‘정신적인 자유’인 창작의 자유는 예술의 자유 중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자유권이지요. 특히 예술 창작의 자유는 아무런 제한없이 보장돼야 할 성격입니다. 당연하죠. 밖에 전시하기도 전에 작가가 작업실에서 혼자 행하는 창작 자체는 정신적 행위이므로 인간의 존엄에 기반해 이러한 창작 자체를 말릴 수는 없습니다. 예술의 자유는 창작소재, 창작형태 및 창작과정 등에 대한 임의로운 결정권을 포함한 예술창작활동의 자유입니다.

둘째는 ‘예술적 표현의 자유’입니다. 특히 헌법 제21조에서 도출되는 것으로써 헌법재판소는 예술표현의 자유는 앞서 창작의 자유에 따라 창작한 예술품을 일반대중에게 전시, 전람하거나 공연, 보급 등 표현할 수 있는 자유라고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예술적 집회, 결사의 자유’입니다. 예술의 자유는 전문 예술가에게만 인정되는 자유가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보장되는 보편적 자유입니다. 예술의 자유는 수준 높은 예술작품의 창작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예술적 생활을 통한 인격의 창조적 발현을 보장하려는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연인이 아닌 ‘법인’ 즉 미술관, 학교, 예술단체들도 예술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요? 헌법재판소는 해당 기본권이 법인이 누릴 수 있는 성질인 경우 그 설립목적이 해당 자유권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으면 이러한 업무 수행과 관련해서는 기본권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법인이 수행하는 다양한 기능과 설립목적이 예술과 관련돼 있다면 개별적 검토에 따라 기본권의 주체가 된다고 봄이 타당합니다.

이렇듯 모든 법의 가장 상위법인 헌법에서 예술창작, 예술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간혹 TV 뉴스를 보면 국가보안법 위반 사항을 그려 전시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는 작가들을 볼 수 있습니다(모내기 사건). 또는 여성의 나체를 노골적으로 그려 물의를 빚는 경우도 있지요(누드교사 사건). 이러한 작품을 국가가 규제하는 것은 혹시 헌법에서 보장한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앞선 경우는 ‘국가적 법익’과 ‘예술의 자유’가 충돌하는 경우입니다. 이와 달리 ‘개인적 법익’과 ‘예술의 자유’가 충돌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치인을 비하하는 그림을 그린다든지, 아니면 재벌총수 등 사회적 인물 등을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그림을 그리면, 예술의 자유라는 이름 하에 한 개인은 명예훼손, 모욕 등의 감정을 느낄 수도 있지요. 이러한 경우는 누가 옳은 것일까요? 헌법은 어디까지 보호하는 것일까요?

예술의 자유는 독일의 경우 신앙, 양심, 세계관적 고백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과 동일하게 명문의 제한의 유보조항 없이 보장되는 기본권이지만 우리나라 헌법은 예술의 자유도 기본권을 제한하는 제37조 제2항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예술의 자유가 무제한적인 기본권은 아니기 때문에 타인의 권리와 명예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서양에서도 공동의 사회를 살아가기 때문에 예술가에게도 사회적 책임을 지워야 하는지, 즉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는 오랜 이슈라고 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나라 헌법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르면 제한할 수는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 제한하는가”이겠지요. 이에 대해 다음에는 예술의 자유가 국가적 법익 또는 개인의 법익과 충돌하는 경우 법적으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LG전자 컨텐츠&서비스 컴플라이언스 김별다비 변호사, curatorstu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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