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부터 정부부처에서 ‘한국형 ○○’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본래는 ‘외국에 있는 무언가를 한국 현실에 맞게 변형한다’는 의미이지만, 정부가 사용하는 경우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개발된 혁신적인 기술(제품)이 국내에 없으니 이와 비슷한 것을 만들어 내겠다’는 뜻이다. 세기의 바둑대결에서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직후에는 ‘한국형 알파고’,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GO)가 유행할 때는 ‘한국형 포켓몬고’를 만들겠다는 보도자료를 낸 정부다.

이처럼 신기술을 개발하는데, 특히 중소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R&D(연구개발) 지원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 현실화해 시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에 드는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분야의 개발주체 대다수가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R&D지원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해 2월 발간한 ‘중소기업 R&D투자 현황 및 과제’ 보고서를 보면, 2014년 기준 중소기업 1개사당 연평균 연구개발비는 4억원에 달한다. 기술을 상용화해 실제 수익을 내는데까지 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 이상이 걸린다는데, 아무리 탄탄한 기업이라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R&D부문 지원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R&D지원은 줄어드는 추세다. 2014년 연구·인력개발준비금 손금산입 제도를 폐지했으며, 위탁훈련비 적용대상도 축소했다. 2015년에는 기업부설연구소용 부동산에 대한 지방세 감면비율 역시 100%에서 75%로 줄였다. 또 지난해에는 R&D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10%에서 6%로 낮췄다. 지난해 R&D 조세감면액은 2015년 대비 25.1% 줄었고, 중소기업청 R&D 예산도 2015년 9574억원에서 지난해 9428억원으로 감소했다.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정부 입장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세계에서 통하는 ‘한국형’ 기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혁신 중소기업에 대한 R&D지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우수 기업연구소를 발굴해 지원을 확대하고, R&D 조세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중소기업에 기술을 이전한 대기업에 대해서는 세액감면을 해주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아울러 중소기업이 기술을 취득한 금액에 대해서도 세액감면 또는 세액공제율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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