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조사를 받던 SAP코리아가 과징금을 면할 수 있게 됐다. SAP코리아가 신청한 ‘동의의결’을 공정거래위원회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 9일 전원회의에서 SAP코리아의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들여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동의의결제란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이나 소비자피해구제 등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그 타당성을 인정하는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1월 네이버와 다음이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동의의결을 최초로 신청했고 지난 3월 동의의결안을 확정한 바 있다.

동의의결 절차에 들어간 SAP코리아는 독일 소재의 글로벌기업인 SAP AG의 한국법인으로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제작·판매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회사의 2010년 기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 한국 점유율은 49.7%에 달했다. ERP는 한국의 종사자 1000명 이상 기업 77.3%가 활용하는 필수적인 소프트웨어다.

SAP코리아는 자사의 소프트웨어 구매계약 체결 후 구매자들이 회사합병 등 사정변경을 이유로 라이선스, 유지보수 계약 등의 일부해지를 요구하더라도 이를 허용하지 않아왔다. 또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재판매하는 협력사에 대해 3개월 전에 통보하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중이던 지난해 11월 동의의결을 신청해, 절차개시에 들어가게 됐다.

SAP코리아는 동의의결을 신청하면서 부분해지 정책 도입, 임의적 계약 해지 조항 삭제 등을 통해 신속히 경쟁 질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피해 기업에 대한 구제 및 상생 지원을 통해 고객사, 협력사 등 거래상대방에게 실효성 높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제시했다.

공정위는 SAP코리아의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들인 이유로 ▲소프트웨어 등 정보통신(IT) 시장은 변화가 빠른 동태적 시장이고 기술 발전이 부단히 이루어지는 혁신시장이라는 점 ▲해외경쟁당국도 IT 등 신성장분야의 경우는 자진 시정 유도 등 동의의결 절차를 적용하고 있는 점 ▲해당 사안은 소프트웨어 유지보수와 관련된 국내 최초 사건으로 행정소송 등으로 인해 위법 여부 확정에 장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자발적인 법위반 혐의 사항의 시정 등을 통한 신속한 경쟁질서 회복 및 피해구제 필요성이 있다는 점 ▲공정위가 조사 중인 사안의 경우 법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는 일반 상품 시장과 달리 추가 거래 비용이 적은 SW업종의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공정위는 그러나 “이번 결정은 사업자의 신청에 대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할 것인지 여부만을 심의한 것”이라며 “향후 최종 동의의결안은 잠정안을 마련해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후, 다시 공정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잠정안은 시정방안에 대한 협의를 통해 1개월 이내에 결정될 예정이다. 이후 1~2개월 내에 이해관계자, 관계부처, 검찰총장 등과 서면협의를 하고 최종동의의결안을 공정위에 상정해 확정여부를 의결하게 된다.

공정위는 “동의의결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질서를 회복하고 소비자 및 거래상대방 등을 보호할 수 있는 최상의 잠정동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렴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기업용 소프트웨어 등 정보통신(IT) 기술 분야에 대한 감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