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은 ‘죄인’이라고 한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산다. 그렇다고 해서 일상의 고단함이 쉽사리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서도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후보들의 보육공약과 ‘슈퍼우먼 방지법’을 만들겠다는 성평등 공약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대선 이후로는 공약집을 뒤져봐야 찾아볼 수 있는 그저 ‘장밋빛 약속’ 일지라도, 앞으로의 세상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두근거림까지 느낀다.

그러나 어떤 후보는 워킹맘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설거지는 하늘에서 정한 여자 일’이라는 말 때문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18일 방송된 YTN PLUS ‘대선 안드로메다’에 출연해 한 발언이다. 밥 먹고, 옷 입고, 잠자는 일은 남녀가 없는데, 그 뒷수습은 여성의 일이라는 말인가. “전기밥솥 열 줄도 모르고 라면도 못 끓인다”는 홍 후보의 자랑이 통하는 세상은 이미 종언을 고한지 오래다. 무엇보다 불합리와 불평등을 끝내자고 국민이 마련해 준 무대가 이번 조기대선이다. 홍 후보가 그 무대에 올라 할 수 있는 발언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올해 초 육아휴직 후 복귀한 보건복지부 소속 한 공무원이 주말에 출근했다, 정부세종청사 계단에서 과로사한 사건은 우리 사회 워킹맘의 근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른 아침 직장으로 출근해 근로시간을 채워 일을 마치면, 다시 가정으로 출근해 가정 일을 마쳐야 하는 이런 현실 속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은 단지 구호로만 존재할 뿐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세상이 담겨있는 공약집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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