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은 지난 2016년 9월29일 오후 4시33분경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는 호재성 공시를 했지만, 같은 날 오후 7시6분 기술수출 계약해지라는 악재성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주식시장이 개장한 후인 다음날인 30일 오전 9시29분경 악재성 사건 발생을 공시했다.

이 정보를 이용해 한미약품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법무팀의 직원 김모씨는 9000여만원의 손실을 회피했고,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이 사건이 발생한 30일 한미약품에 대한 공매도 수량은 10만4000여주로 평소 약 5000주 가량이던 수량을 훨씬 뛰어넘어, 한국거래소는 내부자거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달 6일 서울남부지법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집행유예 2년에 벌금 4500만원, 추징금 420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 2015년 7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음에도 벌어진 사건이다. 시행령에는 기존 불공정거래 규제에 새롭게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금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기업의 미공개 정보이용으로 인한 소위 ‘내부거래자’의 처벌대상이 기존 내부자와 준내부자, 1차 정보수령자에서 미공개 정보를 직간접적으로 전달 받아 주식거래를 한 모든 이가 처벌대상이 됐다.

1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상장기업 불공정거래 예방 및 내부통제체계 확립을 위한 세미나’에서는 상장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와 관련, 최고경영층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낮은 준법의식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회계·경영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컨설팅의 박현출 상무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정거래, 시세조정, 보고의무 위반 등 불공정거래 혐의가 적발돼 한국거래소가 금융위원회나 검찰 등 유관기관에 통보한 사건 건수는 지난해 177건으로 2015년 130건보다 36.2%가 늘었다. 특히 불공정거래 행위 중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하는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는 2015년 48건에서 2016년 88건으로 83.3%가 증가했다. 한미약품의 사례처럼 법을 강화했음에도 오히려 범죄건수가 늘어난 것이다.

최승재 교수는 “최근 한진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최은영 전 회장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전에 매각한 후 손실을 피했다는 의혹이 있을 정도로, 법 준수 여부를 떠나 기업내 최고경영층에는 불공정거래에 대한 내부통제 인식이 없다. 최고경영층이 안 지키는데 누가 지키겠는가”라며 “한진해운 사건의 경우 모 대형회계법인 연관 의혹도 있다. 회계사나 변호사 또한 이런 미공개정보 이용이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유재훈 자본시장조사 단장은 이와관련 “내부자거래와 같은 불공정거래는 해당 상장기업 뿐만 아니라 상장기업 전체에 대한 신뢰하락으로 이어지고, 자본시장과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한미약품과 같이 외형상 내부통제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기업도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 경영층이 구성원 불편을 줄여준다는 명분으로 형식적으로만 도입한 곳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유 단장은 “감독당국이 상장기업 임직원에 대해 더욱 엄정해야 한다. 또 회계가 투명하게 관리되고, 공시규정이 잘 지켜지는 경우 주가조작 가능성도 낮아진다”며 “내부통제 강화를 단지 기업에 맡길 것이 아니라, 회계·공시와 관련된 경영투명성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