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 대기업들이 정부 발주사업 입찰과정에서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현대건설, 한진중공업, 두산중공업, KCC건설 등 4개 회사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13년 1월31일 발주한 원주-강릉 철도 노반공사 4개 공구 입찰에서 각 1개 공구씩 낙찰받기로 합의한 사실을 적발하고 총 701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0일 발표했다. 과징금은 현대건설 216억9100만원, 한진중공업 160억6800만원, 두산중공업 161억100만원, KCC건설 163억3000만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입찰은 단순히 최저가격 제출자를 낙찰자로 선정하지 않고, 적정수준 입찰금액 심사 후 심사를 통과한 입찰자 중 최저가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법이 적용됐다. 입찰금액의 적정수준 여부는 입찰참가자의 평균 입찰금액과 연동돼 결정됐고, 여타 입찰자들은 이 평균 입찰금액을 예측해 이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입찰금액을 제시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하지만 건설 대기업 4개사는 입찰에 앞서 1개의 낙찰자와 3개의 들러리사를 정하고, 들러리 3개사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평균 투찰률을 임의로 조정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투찰률은 낙찰예정가격 대비 투찰가격의 비율을 뜻한다. 예를들어 총 10개사가 참여한 입찰에서 낙찰예정가격이 50억원이고 들러리 3개사를 제외한 6개사의 평균 투찰가가 40억원이라면, 평균 투찰률은 80%다. 여기에 들러리 3개사가 30억원, 즉 60%의 투찰률을 제시하면 9개사의 평균 투찰률은 약 73%까지 낮아진다. 이어 들러리 3개사가 비정상적인 낮은 가격으로 입찰할 것을 알고 있는 1개 낙찰사는 73%보다 조금 높은 투찰률을 제시함으로써 사업을 낙찰받는 방식을 사용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건설 대기업 4개사는 이번에 발주한 공구 중 하나를 낙찰받는 과정에서, 다른 입찰자들이 73.68%의 투찰률을 제시한데 반해 들러리 3개사는 54% 수준을 제시했고 이로 인해 평균 투찰률이 72.6%까지 낮아졌다. 이어 낙찰을 받은 1개사는 약 73.4%를 제시해 공구를 낙찰받았다.

또 건설 대기업 4개사는 2013년 3월22일 투찰일 하루 전날부터 35회 이상의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입찰담합을 합의했고, 각 공구별로 낙찰받을 회사와 투찰금액을 결정한 후 입찰에 필요한 서류를 공동으로 작성·검토했다. 또 이들 4개사는 합의 내용대로 실행되는지 상호감시하기 위해 투찰서류 제출 시 각 회사 직원들이 만나 제출했다.

공정위는 “4개사가 사용한 방법은 들러리가 투찰률을 높여 다른 입찰자들을 탈락시키는 기존 담합수법과 달리, 투찰률을 낮추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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