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에 강철패널을 수출하는 중소기업 A사는 올해 초 미국무역위원회로부터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A사가 수출하는 철강 품목에 대해 반덤핑 제소가 접수됐으며, 이와관련 조사 대응 여부를 묻는 질문서를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A사는 반덤핑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몰라 난감했다.

#2. 중국으로부터 물건을 수입, 재가공해 C국으로 수출하는 B사는 C국으로부터 ‘B사의 제품이 우회덤핑 여지가 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우회덤핑은 반덤핑조치를 피하고자 완제품 대신 부품을 수출, 수입국이나 제3국에서 조립해 수출하는 것을 말한다. 당시 C국은 중국을 대상으로 반덤핑 제재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에서 원제품을 사오던 B사는 고민에 빠졌다.

최근 이처럼 수입규제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장기적인 글로벌 경기침체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견제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입규제 통합지원센터’에 따르면, 4월초 기준 우리나라는 30개국으로부터 총 187건의 수입규제를 받았다.

수입규제는 수입국이 공정경쟁을 목적으로 다른 국가로부터 들어오는 재화를 통제하기 위해 부과하는 다양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말하는데, ▲반덤핑 관세 ▲상계관세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조치 등이 대표적이다. 향후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입규제 역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에따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21일 수입규제 통상지원센터 문을 열고 수입규제 통지를 받아도 대응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센터를 찾으면 기초적인 상담부터 전문가 도움까지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수입규제 통합지원센터 이희성 과장은 “수입규제 상황에 맞닥뜨리면 포기하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수출로 버는 것보다 관세가 더 많다는 이유에서다”라며 “하지만 중국, 일본 등 경쟁국과 우리나라에 동시에 수입규제조치가 내려졌을 때 적절한 대응을 통해 상대국보다 적은 덤핑 마진율을 받게되면 가격경쟁률을 높일 수 있다. 오히려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덤핑 관세’ 몰라 상담하는 경우 많아…“수입규제 정보 부족”

이 과장에 따르면, 수입규제 통합지원센터가 문을 연지 약 한달간 30회에 가까운 상담이 접수됐다. 하루에 한건 꼴인 셈인데, 단순 문의부터 대응법까지 질문도 다양하다.

이 과장은 “전화를 받아보면 30%정도는 ‘반덤핑 관세가 무엇이냐’는 초보적인 질문이다. ‘양허세율이 0%인 FTA체결국으로 수출을 하고 있는데, 이 경우 관세가 추가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물음도 있다”며 “현장에서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중소기업이 수입규제와 관련한 정보없이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느낄 때가 많다”고 밝혔다.

반덤핑 관세(Anti-Dumping Duty)는 외국의 물품이 수출국 통상거래가격 이하로 수입돼 국내산업이 피해를 입거나 입을 것으로 우려되는 경우, 해당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물품 관세 외에 정상가격과 덤핑가격과의 차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부과하는 게 일반적이다. 상담문의가 가장 많은 수입규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수입규제 통합지원센터 이희성 과장은 “중소기업이 비용부담 없이 수입규제 통합지원센터를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수입규제에 대응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찮다. 회계사나 변호사 등 전문가를 통해 상담을 받아야 하는데, 최소 몇십만원부터 몇백만원까지 비용이 든다. 또 최종결과가 나오는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당하다. 일례로 미국 반덤핑의 경우 최종판정까지 10~13개월이 소요된다. 중소기업이 수입규제에 대한 대응도 못하고, 서둘러 포기하는 이유중 하나다.

수입규제 동향 정보제공부터 전문가 도움까지 무료 지원

수입규제 통합지원센터에서 기본 상담은 직접 처리한다. 중소기업은 수입규제 통합지원센터 홈페이지나 한국무역협회 콜센터(1566-5114)를 통해 상담을 접수하면 된다.

앞서 언급한 B사의 경우, ‘우회덤핑에 의한 덤핑 관세는 일반 반덤핑 관세보다 엄격하다. 따라서 중국 일변도의 소싱 전략에서 벗어나 원재료를 반덤핑 제재를 받지 않는 국가에서 조달하는 것이 좋겠다’는 요지의 컨설팅을 받았다.

전문적인 법률자문이 필요한 기업에는 전문가를 연결해준다. 회계법인 삼정KPMG가 구성한 80여명의 전문가와 함께 업체를 직접 방문해, 수입규제 현안을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별 수입규제 대응 전략서’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향후에는 상담 업체가 자체적으로 수입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단, 심화컨설팅의 경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밖에 국가별 수입규제 판정 절차, 예상소요 기간 등 정보를 제공해 기업이 선제적으로 수입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까지 미국, 인도, 중국, EU 등 주요 8개국의 관련 정보가 홈페이지에 등록돼있다. 또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WTO 등에서 발간하는 수입규제, FTA, 통상관련 최신보고서도 제공한다. 수입규제 해결을 지원하는 정부 부처, 유관기관, 관련 협회단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연계해, 해외의 수입규제 대응 컨설팅 업체 리스트도 제공한다. 수입규제 대상이 될 만한 철강, 석유화학, 섬유 등 주요 업종의 경우 이와관련한 세미나도 개최하고 있다.

이희성 과장은 “무료로 진행하고 있지만 사후관리도 철저하다. 비용부담 없이 수입규제 통합지원센터를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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