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이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도 빠지지 않았다. 도입시기의 차이가 있지만, 대선 TV토론에 임한 다섯 후보들은 하나같이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도입을 약속했다. 문재인·유승민·심상정 후보는 3년 후인 2020년까지, 안철수·홍준표 후보는 차기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저임금 구조와 손쉬운 해고가 인정되는 노동정책에 묶여 우리사회가 꼼짝달싹도 못하는 형국임을 감안한다면,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정책의 첫 단추이자 유일한 해법이라 할 수 있다. 이명박정권의 친기업정책과 박근혜정부의 정경유착은 국민의 노동을 저렴한 상품으로 취급했다. 돈 쌓은 대기업, 빚 쌓는 가계, 계란 한판 몇 천원만 올라도 몸살을 앓은 허약한 살림…, 재래시장이 텅텅 비고 영세자영업자들이 줄도산을 하는 현실은 저임금 경제정책이 빚어낸 악몽 같은 현실이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 공약은 무엇보다 반갑다. 그러나 박수칠 수 없는 이유는 여러 곳에 있다. 우선 2022년 실현을 약속한 안철수·홍준표 후보의 공약은 ‘말장난’이라는 논란이 그것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지금과 같이 연 7∼8%만 유지돼도, 2022년에는 자연스럽게 시간당 1만원이 된다는 것이 심상정 후보의 주장이다. 또 안철수 후보가 몸을 담고 있는 국민의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다. 오히려 퇴보한 공약이란 지적을 받는 이유다. 2020년 실현을 약속한 후보들 역시 노동계 요구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의 현실화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업이 줄도산하고 경제적으로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전경련’식의 주장에 휘둘려서는 아무 것도 안된다. 

다만 최저임금 현실화와 함께 수반돼야 할 정책이 있다. 중소기업·자영업자가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수 있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신입사원에게도 연봉 수천만원을 주고, 성과급 또한 연봉의 50% 이상을 지급하는 대기업·공기업과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처지는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자영업자에게 최저임금 현실화는 넘기 힘든 벽일 수도 있다.

그만큼 중소기업·자영업자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어려운 처지 또한 잘못된 경제정책에 기인한다. 대기업·수출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은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생존 기반을 크게 약화시켰다. 대형마트·기업형 슈퍼가 골목을 점령하고,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먹잇감으로 전락해도 정부는 시장질서에 개입할 수 없다며 팔짱만 끼었다.

중소기업·자영업자의 몰락은 경기 탓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 탓이다.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이 많고 중소기업이 박봉인 것을 사용자의 도덕성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그래선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 자체가 나올 수 없다. 불량한 사용자에게 도덕교과서를 보급해서 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중소기업 사용자가 임금지불여력을 가질 수 있도록 대기업으로 기울어진 시장질서를 개선, 공정거래 관행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인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 공약은 경제민주화가 수반돼야 한다. 지난 정권에서 겉치레만 하다만 경제민주화 공약을 손보고 강제해야 한다. 대기업·수출기업 위주의 경제정책만 고집해서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처지가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는다면,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은 반쪽짜리 공약이 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리고 빚더미에 올라앉은 가계를 생각하면, 임금은 많이 오르면 오를수록 좋다. 그러나 이는 단지 대선토론에서 후보자의 말로 담보되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살길을 열어야 가능한 공약인 것이다.[대학교육연구소 안호덕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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