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탄핵대선’이 또한 ‘일자리 대선’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통계수치가 증명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6년 연차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경기부진 등으로 30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0년 이후 가장 낮다. 조선해운업종 구조조정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 수는 5000명 감소했다. 청년실업률(15∼29세)은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9.8%를 기록했다.

실업률 고공행진에 따른 고통지수 또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실업률 4.3%,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다. 실업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가 6.4로, 2012년 1분기(6.8) 이후 가장 높다. 경제고통지수가 높을수록 실업자는 늘고 물가는 높아진다. 반대의 경우는 국민 삶의 고통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면 된다.

정치가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차기 정부의 제1순위 과제 중 하나는 바로 가계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실체 자체도 불분명한 ‘한반도 위기설’을 근거로 ‘안보대선’으로 바꾸고자 하는 시도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번 대선이 ‘일자리 대선’임을 부정하는 후보는 없다. 대선후보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쏟아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TV토론회에 나선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일자리 창출 주체와 방법은 각기 다르다. 또 일자리의 ‘양’과 ‘질’ 중 강조하는 지점 역시 다소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홍준표 자유한국당·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민간주도의 일자리 창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문 후보와 심 후보가 공공부문의 확대를 주장하는 반면 홍 후보는 공공부문 축소를 얘기한다. 안 후보와 유 후보는 창업혁명, 특히 유 후보는 창업생태계 조성과 함께 양질의 일자리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5년간 21조원을 투입,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만든다

◇문재인,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일자리 대통령’이란 구호를 내세운 문 후보는 일자리 창출에 대해 가장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는 한편 정부와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조한다. 5년간 21조원을 투입해 공공부문내 일자리 81만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소방관·사회복지전담공무원·교사·경찰 등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와 보육·의료·요양 등 사회서비스 공공기관 및 민간수탁 부문 일자리 34만개 일자리를 만든다. 대통령직속 일자리 위원회를 만들고,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실도 설치한다.

10%에 달한 최악의 청년실업률을 감안,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맞춤형 정책인 청년고용의무할당제를 내걸었다. 2020년까지 3년동안 공공기관의 청년고용 비율을 현행 3%에서 5%로 확대하고,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기업규모에 따라 고용의무를 부과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는 취업준비생을 위해 청년구직촉진수당도 지급한다. 청년이 공공 고용서비스에서 구직활동을 하면, 9개월간 매달 3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또 중소기업이 청년 2명을 고용하면, 세번째 고용한 청년의 월급은 정부가 지원하는 공약도 내놨다.

정부사업으로 제공되는 노인일자리 수도 80만개까지 확대하고, 공공근로 일자리 수당을 2020년까지 월 40만원으로 인상한다. 아동 등하교실 안전지킴이, 우리 동네 야간 안전지킴이, 택배 수령 대행서비스 등 사회적 수요가 큰 분야를 중심으로 늘린다. 65세 이상 노인에게도 실업급여(고용보험)을 적용해 실직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기업 자율성 극대화…‘3·7·3’ 공약

◇홍준표, 기업의 자율성 극대화=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등 기업의 자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기업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자유시장경제’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공공부문 강화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민주당 문 후보와는 반대로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또 일자리 창출에 정부가 직접 나서기 보다는 조세감면 등의 지원을 통해 기업의 고용창출 여력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국민의당 안 후보와 방향을 같이 하고 있다.

또 홍 후보는 ▲3% 후반대 성장 ▲70% 고용률 ▲국민소득 3만달러 조기 달성이란 목표치도 제시했다. ‘3·7·3’ 공약을 위해 ▲기술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혁신형 강소기업 50만개 육성 ▲기술창업 활성화를 통해 28만개 일자리 창출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통한 32만개 일자리 창출 등 ‘청년 일자리 (기업) 뉴딜정책’으로 110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3·7·3’ 공약 중 ‘성장률’과 ‘국민소득’ 목표치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고, ‘고용률 70%’ 달성 목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3월 현재 60.1%인 고용률을 7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취업자 수를 430만명 늘려야 한다.

국가발전 패러다임,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

◇안철수, 민간 주도의 일자리 창출=안 후보는 정부 주도의 국가발전 패러다임을 민간 주도로 전환시킨다는 구상이다. 학제개편을 통해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한편 과학기술혁명과 창업혁명이 꽃 피울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함으로써 민간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창업혁명을 지원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창업중소기업부를 설치해 창업 지원체계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고 ▲금지된 것 이외에는 모두 할 수 있는 네거티브규제 시스템 도입 ▲노후한 산업단지를 리모델링, 규제 없는 창업드림랜드(스타트업 특구) 조성 ▲기업가 양성기반 구축 및 창업지원기관 육성안도 제시했다.

문재인·심상정 후보는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안철수·홍준표·유승민 후보는 민간주도의 일자리 창출 전략을 제시했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구인난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대·중기업간 임금복지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취업자 지원과 구직수당 지급을 골자로 하는 5년 한시의 ‘청년고용보장계획’을 시행한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매달 50만원씩 2년간 120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자리 ‘양’ 보다는 ‘질’…일자리 창출 키워드 ‘창업’

◇유승민, 양질의 일자리 환경 조성=유 후보가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10대공약 중 제1순위(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 제2순위(일하면서 대접받는 나라) 모두 일자리와 관련된 공약이다. 이들 제1, 2순위 공약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보다는 ‘기존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방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자유시장경제에서 일자리 창출은 기본적으로 민간의 영역임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자, 유 후보의 경제관이 반영된 공약이다. 다만 경제부문에에서 ‘합리적 보수주의자’라는 세간의 평가를 반영하듯 ‘공정한 시장경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기업에 대한 일정한 규제를 통해 일자리의 ‘질’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수구정당과 다르게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동·여성분야 공약을 최우선으로 내놨다. 민간기업 근로자들도 육아휴직을 최장 3년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육아휴직 3년법’을 도입한다. 또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언제든지 주어진 휴직기간내 휴직을 활용할 수 있는 ‘자녀 성장 단계별 돌봄 휴직제’를 시행한다. 현행 만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을 ‘만18세’ 또는 ‘고등학교 3학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또 육아휴직급여 상한선을 200만원까지 확대하고, 육아휴직수당은 통상임금의 40%에서 60%수준으로 상향조정한다.

일자리의 ‘양’ 부분에서 유 후보가 주목하는 키워드는 창업이다.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일자리 숫자를 강조하는 것보다 불필요한 규제를 뜯어고쳐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혁신창업 안전망 구축 ▲안되는 것 빼고는 다 되게 하는 네거티브 규제방식으로 규제 전환 ▲창업을 통해 자수성가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창업교육 의무화 ▲벤처캐피털 설립요건 완화 및 투자금 소득공제 등이다.

공공부문 중심,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174만개

◇심상정, 정부 주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공공부문의 역할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에서 심 후보의 공약은 민주당 문 후보의 공약과 유사하다. 간호·보육·교육·소방 등 안전업무, 요양 등 사회서비스 및 공공부문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여기에 노동시간을 단축해 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고용할당제를 공공기관 및 300인 이상 대기업에 5%를 적용함으로써 양질의 청년일자리 24만개를 만든다. 아울러 전기자동차 등 미래산업 분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산업 분야와 같은 4차산업 일자리도 창출한다.

심 후보는 여성들의 경력단절 예방과 일·가정 균형을 위한 ‘슈퍼우먼 방지법’ 제정을 추진한다. 출산전후휴가를 현행 90일에서 120일로 연장하고, 배우자 출산휴가도 기존 5일에서 30일로 늘린다. 육아휴직급여 상·하한선도 현행 50만원~100만원에서 80만원~150만원으로 인상한다. 육아휴직기간을 16개월로 확대하고, 부모의 동등한 육아참여를 위해 부모 각각에 3개월의 육아휴직을 할당한다. ‘자동 육아휴직 제도’를 법제화해 ‘사내눈치’ 없는 육아·돌봄을 실현하고, 맞벌이 엄마·아빠의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시차 출근제 등 유연근무제도를 확대한다.

중소기업의 대체인력 지원을 위한 ‘돌봄지원인력센터’도 도입한다. 이와함께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성별고용·임금실태 공시제를 도입하고, 여성고용기준 미달기업에 대한 페널티를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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