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적’ 논란(?)이 대선 한복판에 등장했다.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인해 궤멸됐거나, 사분오열된 수구세력이 ‘탄핵대선’을 ‘색깔론’으로 덧씌우고자 하는 최후의 몸부림이다. ‘북풍몰이’로 이른바 ‘안보세력’을 결집, 구여권 대선후보간 단일화를 위한 주도권을 잡겠다는 낮은 수준의 정치공세다. 또 ‘햇볕정책’의 탄생지인 호남과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 정체성까지 사실상 부정하며, ‘안보대선’에 편승하고자 하는 안철수 후보의 ‘묵인 또는 방조’가 만들어낸 적폐수준의 정치공세다.

‘주적’이란 용어는1995년(김영삼정부) 국방백서에 등장한다. 이후 2004년(노무현정부) ‘주적’이란 용어가 삭제되면서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대량살상무기, 군사력의 전방배치 등’의 현실적인 위협요인을 명시하고 ‘직접적 군사위협’에 대비한다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이후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 등의 표현으로 사용됐고, 2010년(이명박정부) 국방백서에 ‘적’이란 용어가 다시 등장했다. 김영삼정부 시절 사용했던 ‘주적(主敵)’에서 앞의 글자, 주(主)를 뺀 것이다.

휴전협정 이후 단 한 순간도 북한이 적이 아니었던 시기가 있었던가.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배치된 60만 군대, 290만의 예비군 그리고 민방위까지 대한민국이 ‘병영국가체제’를 유지하는 이유는 북한의 위협 때문이다. 또 올해 국가예산(400.5조원)의 10%가 넘는 40.6조원을 국방비 예산으로 배정해도 국민들이 수긍하는 이유 또한 북한이란 존재 때문이다. 북한정권에 대해 국방부가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아도 남북간 ‘전쟁’ 상황을 가정한다면, 국민들 머릿속에선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다.

‘주적’과 ‘적’의 차이점이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문헌상으로 보자면 이명박 대통령은 ‘주적’을 부정했다. ‘주적’이라 하지 않고 ‘적’이라고 규정했으니 말이다. 앞서 노무현 대통령 역시 ‘주적’이란 용어를 ‘직접적 군사위협’이란 표현으로 대체했으니, ‘주적’을 부정한 대통령임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주적’을 부정한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현존하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기억하기론 노무현 대통령 임기 중 단 한번도 ‘한반도 위기설’을 걱정했던 적이 없다. 반면 북한을 ‘적’으로 규정한 박근혜정부의 지금은 어떤가.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는 ‘주적’이 누구인지를 규정하고, ‘한미동맹’을 입으로 외친다고해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인권을 보장하는 민주주의 가치를 굳건하게 세우고, 정부가 국민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줄 때만이 국민 스스로 자위권을 발동하는 것이다. 또 동맹국인 미국에 대해 ‘혈맹’에 걸맞는 지위를 보장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는 ‘주권국가’로 설 수 있을 때 국가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국민들이 나서는 것이다. 더 이상 낡아빠진 색깔론과 이념의 잣대로 국민여론을 호도하고, 반칙과 특권으로 연명하려는 정치공세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