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법인 ‘원’ 김우탁 대표 노무사

그러나 기간제 근로자 보호를 위한 법제정 취지와는 맞지 않게 오히려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단순노무 사업장 근로자의 경우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숙련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오히려 기간제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준 꼴이 돼 버린 것이다. 단순노무 사업장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일정기간 사용하고 해당 근로자와 근로계약 만료 후 또 다른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운용하는 사업주가 늘어나게 되면서 오히려 기간제법이 기간제 근로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갱신기대권은 기간제법 시행 이전 대법원이 기간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형성한 법리로써,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계약이 반복·갱신되는 등 근로계약이 계속 갱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을 말한다. 기간제 근로자에게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그에 반하는 부당한 갱신거절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이므로 기간제법 시행 이전 근로자 보호에 대한 입법불비를 보완해주는 법리라고 볼 수 있다.

정년이 지난 기간제 근로자에게도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지난 2017년 2월3일 대법원 2부는 골프장 기간제 노동자 A(61)씨 등 5명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 등은 2011년 10월1일부터 골프클럽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던 중 2015년 2월28일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회사를 떠나야 했다. 이에 A씨 등은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냈지만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건의 핵심은 만 55살이 넘은 A씨 등에게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 된 후에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고들이 정년을 도과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하고, 그 갱신 거절의 정당한 이유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부당해고를 인정한 원심의 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대상판결은 기간제법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더라도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판결로 인해 앞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보호가 강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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