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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투표, 전자투표, 지배구조개선…각론 각각 대선후보 경제민주화, ‘공정’ 강조…전속고발권 폐지·축소 공약

기사입력2017-04-25 17:49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5인의 대선후보 모두가 ‘공정한’ 시장경제를 내세우고 있다. 지금까지의 시장질서가 ‘공정’하지 못했고, 시장권력을 사실상 독점한 대기업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벌기업의 불법·탈법경영을 목도한 국민의 비판을 정치권이 수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제도적인 대안으로는 그간 제기됐던 공정거래 행정개혁,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임, 지배구조 개선 등이 있다. 하지만 이른바 경제민주화법안의 내용을 구성하는 이들 쟁점들에 대한 각 후보의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공정거래 행정개혁, 어디까지 바꾸나=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 개혁방안은 ‘공정한’ 시장질서를 담보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공정행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인 대안을 마련하는데 집중돼 있는 것이다. 특히 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공정위만이 고발이 가능하도록 한 전속고발권의 소극적인 행사는 늘 지적돼 왔던 문제다. 이를 반영하듯 문재인·안철수·홍준표·유승민·심상정 후보 모두 전속고발권 관련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은 차이가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모두를 개정,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지난 2월 ‘소상공인·자영업 정책구상’에서 전속고발권 폐지의사를 밝혔다. 양 후보의 공약대로라면 국민 누구나 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검찰고발이 가능하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도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기업활동 위축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에서 형사처벌 대상을 조정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담합 등 소비자와 하도급기업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기업의 중대한 불법행위 등 제한적인 전속고발권 폐지 입장을 밝혀, 다른 후보에 비해 폐지 범위가 좁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중소기업청·조달청·감사원·검찰이 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고발하도록 한 의무고발요청제 행사 기관을 확대함으로써 전속고발권을 우회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이다.

유승민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공정위 구조까지 개선한다. 유승민 후보는 이와 함께 광역자치단체장에게 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조사와 분쟁조정·신고 및 고발 그리고 손해배상소송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해, 공정위의 부족한 인력을 지자체 행정을 통해 보완한다. 또 현재 일원화된 사무처의 심사기능(기소)과 위원회의 심판기능(판결)을 분리한다. 이외 소비자 기만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소비자 피해구제’(계약취소, 환불, 교환 등)를 명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구제 명령제’를 도입한다.

안철수 후보는 공정위 상임위원 수를 늘리고, 현재 3+3년(6년) 임기를 연장한다. 상임위원을 국회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함으로써 공정위의 전문성 및 독립성을 강화한다. 또 공정위 의결절차를 공개하도록 해 투명성 역시 강화했다.

<자료=각 당 홈페이지> ©중기이코노미

◇집중투표·전자투표제 모두 or 하나만 도입=주주총회는 기본적으로 1주1표제다. 총수일가를 비롯한 최대주주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이사와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는 근거다. 집중투표제는 이사진 선임시 1주1표 원칙을 배제,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함으로써 대주주를 견제하는 효과를 갖는다. 또 주총에 참석하지 못하는 주주를 위한 전자투표제 또한 소액주주를 위한 제도다.

소액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자투표제 없이 집중투표제만 도입할 경우 총수일가에 대한 소액주주의 견제는 사실상 불가하다. 이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문재인 후보는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를 동시에 도입, 나아가 서면으로 대신 투표할 수 있는 서면투표제까지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심상정 후보 또한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단계적 집중투표제 도입, 홍준표 후보는 전자투표제 도입만을 공약으로 제시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승민 후보는 지난 14일 대한상공회의소 대선후보 특별강연에서 “집중투표제에 대해선 신중히 판단하겠다”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밝혔다.

◇자회사 불법에 대한 모회사 주주의 통제=5명의 후보 모두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약속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가 (손)자회사의 위법행위로 손해를 볼 경우, 모회사 주주들이 (손)자회사의 이사회 등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소액주주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대표소송 단독주주권’도 신설했다. 또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모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의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는 ‘다중장부열람권’을 도입한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다중대표소송제도를 인정하면서도,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는 경우 등 소제기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지배구조 개선은=상법상 감사위원은 주총을 통해 선임된 이사들 가운데 선임한다. 최대주주가 원하는 인물이 이사로 선임되고, 결국 감사위원까지 최대주주가 원하는 인물이 선임되는 구조다.

심상정 후보는 상임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임하도록 한 상법을 개정, 전원 분리선임 하도록 했다. 또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했고,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은 근로자가 추천한 이사를 선임하도록 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를 명시한 문재인 후보의 공약은 없다. 다만 민주당이 지난 2월 정기국회에 발의한 상법개정안에 따르면,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포함돼 있다. 근로자 추천이사제와 관련 문재인 후보는 공공부문에 우선적으로 근로자 추천이사제를 도입한다. 안철수 후보는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함께 이사자격을 제한하도록 했다.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

재벌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심상정 후보는 동일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의 순환출자를 해소한다. 또 인적분할시 자사주 신주배정 제한,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등을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제시했다. 문재인 후보 역시 문어발 재벌의 경제력 집중 방지를 위해 지주회사 요건 및 규제강화,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비율 강화, 금산분리, 재벌이 장악한 제2금융권의 독립유도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안철수 후보는 이해관계자 및 특수관계인 거래 투명화와 친족기업·해외계열사·지배구조 현황에 대한 공시범위를 확대한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모두 금융계열사와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금융감독시스템을 도입한다.

◇기관투자자 투자결정시 법제화 or 스튜어트코드십=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5% 이상 대량지분을 보유한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는 모두 58곳이다. 이는 지난해 9월말 기준 10대 그룹 전체 상장사(89곳)의 65%에 달한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영향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함으로써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3대세습 완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이 특검 및 검찰수사 결과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합병 결정을 지지하는 과정에서 국가권력과 삼성의 돈이 동원됐다는 점이다. 국민연기금을 포함 공적연금의 투자의사결정에 합리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다.

심상정 후보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에 관한 법규정 및 모범규준을 마련해, 투자사지분을 1% 이상 보유한 경우 의결권 행사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 은행, 보험사가 소유한 비금융기관 주식의 의결권 한도를 현행 15%에서 5%까지 축소한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법으로 규정하기 보다는 스튜어드십코드 실효성을 높인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후보는 심상정 후보와 문재인 후보안을 혼합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함께 국민연금에 주주권 행사 지침을 마련하고, 현재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주주권 행사 전문위원회’로 개편한다. 홍준표 후보 또한 ‘주주권행사 전문위원회’를 두고, 기업 합병건과 같은 중요한 사안은 위원회에서 심의·승인하고 그 내용을 공개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