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지하철역과 이어지는 꽃집과 의류 지하매장이 유명하다. 낮에도 사람이 북적거려 발 디디기도 힘들 정도다. 그러나 이곳 지하매장과 고속터미널을 오가는 사람 대부분은 같은 건물 지상층에 커튼이나 블라인드 같은 홈데코 상가들이 모여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커튼·블라인드 등 차양산업 소공인을 돕기 위해 지난해 5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8층에 문을 연 반포섬유소공인특화지원센터(이하 반포소공인센터)도 그곳에 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반포소공인센터 강신애 센터장은 “위치적으로 강남에,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는 터미널에, 게다가 지하철역과 이어져 지하상권은 입지조건이 뛰어나다. 하지만 그 위 지상에 있는 상권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며 “요즘에는 여느 소공인들처럼 경기침체 영향을 받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위치한 ‘반포섬유소공인특화지원센터’   ©중기이코노미

반포소공인센터는 다른 소공인센터와 달리 소공인집적지 안에 자리잡은 소공인밀착형 센터이지만, 사업 초기에 소공인들의 관심이 거의 없었다. 강 센터장은 “처음엔 소공인들이 지원사업 설명을 듣는 것도 귀찮아했다. 잘 모르니 ‘세금 더 내라는거 아니냐’, ‘조사가 나오는건 아니냐’며 일단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센터 설립초기에는 매주 소공인을 찾아가 자체 제작한 소식지를 나눠주며 얼굴을 익히고, 유용한 관련 정보를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보이는 성과물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공동브랜드 사업이 그 시작이다. 강 센터장은 “다른 센터의 경우 보통 2년이나 3년차에 소공인 공동브랜드 작업을 시작하지만, 반포소공인센터는 시작과 함께 공동브랜드를 만들었다”며 “소공인들도 브랜드가 생기고, 쇼핑몰이 생기니까 관심이 커졌다. 물론 당장 큰 수익이 나지 않지만 온라인까지 판로가 생기자, 소공인들도 이제는 직접 센터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했다.

공동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적·실무적 절차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서로 다른 소공인이 함께 하는게 중요한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강 센터장은 “센터 1년차때 공동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남들보다 두발 빨리 진행한 것”이라며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주관기관인 한국차양산업협회의 철저한 준비 덕분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반포소공인센터는 현재 두가지 공동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중저가 제품 중심의 공동브랜드인 ‘고터몰’은 같은 이름의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또 하나 고급·고가 제품 중심의 브랜드인 ‘프라이블’을 출시, 국내 유명 백화점 입점과 해외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하고 있다.

‘프라이블’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반포소공인센터는 차양산업분야 세계 최대 규모의 박람회인 ‘R+T’전시회 참가를 준비중이다. 강 센터장은 “독일의 R+T전시회는 차양산업에서 가장 큰 전시회다. 이런 전시회에 소공인이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올해에는 공동브랜드를 내걸고 참여할 계획”이라며 “소공인이 가장 원하는 판로확대를 가장 우선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포섬유소공인특화지원센터는 중저가 제품 중심의 공동브랜드인 ‘고터몰’과 고급·고가 제품 중심의 브랜드인 ‘프라이블’을 출시, 소공인 판로확대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커튼이나 블라인드 같은 홈데코 상가들이 모여있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4층.   ©중기이코노미

협업 키워드…협동조합, 모바일 교육, 환경개선 사업

아직까지는 공동브랜드 운영 및 판매 주체가 반포소공인센터이지만, 앞으로는 소공인이 직접 운영·판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공인집적지의 자생력을 키운다는 것이 강 센터장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반포소공인센터는 소공인들의 협업을 위한 ‘반포차양앤데코협동조합’을 설립했다. 8곳의 소공인이 리더군을 형성해 다른 소공인에게 모범케이스를 보여주고, 자연스레 경쟁력이 생기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협동조합은 센터와 협업을 하는 차원이지만, 후에는 공동브랜드 온라인 쇼핑몰도 직접 운영하고, 정부사업 입찰에도 직접 나설 계획이다.

강 센터장은 “소공인이 협업을 한다지만,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다보니 서로를 경쟁상대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또 공동브랜드를 통해 협업하지만, 협동조합 없이 센터만으로 소공인을 하나로 묶는 것은 한계가 있다. 특히 이곳 집적지에는 가공도 하지만, 판매만 하는 업체도 있다. 판매업체의 경우 소상인이어서 소공인센터가 지원할 명분이 없다. 그로 인해 위화감이 조성되는 경우도 있어, 협동조합의 존재가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반포소공인센터는 모바일교육과 기술교육도 하고 있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소공인이라도 스마트폰은 사용하는데, 모바일을 통해 블로그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제품 사진을 올려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 소공인이 원하는 작업장 환경개선 사업과 실내 홈데코 제품에 치우친 소공인을 위해 실외용 차양제조 기술교육 등도 한다.

반포섬유소공인특화지원센터의 강신애 센터장은 “소공인 지원사업은 장기적으로 필요한데, 현재 운영시스템은 단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소공인의 입장과 시각에서 지원사업과 특화지원센터를 운영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중기이코노미

예산·인력 줄어도 사업 수 그대로…“소공인 입장에서 바라봐야”

전국에 산재한 소공인특화지원센터는 소공인지원사업의 경우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에서 소공인을 지원하는 특화지원센터는 사실상 1년 단기계약이다. 매년 사업계획서를 내고, 이를 정부로부터 승인받아 사업을 시행하고, 성과를 평가받아 예산을 조정하며, 다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승인을 받아야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강 센터장은 “성과가 좋지않아 예산이 감소해도, 센터에서 시행하는 지원사업 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사업 수는 그대로인데 인력과 예산은 줄어들고,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은 무리다. 게다가 매년 사업승인을 받는 단기계약이다 보니, 센터 인력들도 늘 불안한 상태로 일을 하고 있다. 오래 근무한다고 연봉이 오르는 것도 아니니, 센터 인력은 사명감으로 일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예산의 효율성 및 적정성을 감안하더라도 소공인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사업이 계속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강 센터장은 이와함께 “정부에서 소공인에게 도움이 되는 지원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 소공인이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 이를 찾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일단 신청 자체부터 시간적으로나, 절차적으로나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 도우려해도 심적으로 부담을 느껴 피하는 경우도 있다”며 소공인의 입장과 시각에서 지원사업과 특화지원센터를 운영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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