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어디를 가든 절이 없는 곳이 있을까. 우리 땅 곳곳에서 우리 민족의 삶과 함께 해 온 절 구석구석을 돌아보면 어느새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느끼게 된다. 오죽하면 절로 ‘절’을 찾게 된다는 말이 있겠는가.

절을 하면 절로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금산사 가는 길은 평야를 가로질러 외갓집에 가는 것처럼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이루는 김제평야를 지나 미루나무로 둘러싸인 금평저수지를 지나면 금산사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10분 쯤 걸어가는 숲 터널은 소소한 풍경을 건넨다. 금산사를 찾을 때 맨 먼저 마중 나오는 것이 돌무지개문. 오래된 성곽처럼 이끼를 가득 품고 있는 이 문을 지나면 일주문, 금강문, 불이문이 나타난다. 흔히 산문을 일컬을 때 이 세 문을 통칭하는데 금산사는 산문을 모두 갖추고 있다.

모악산에는 정상인 장군봉 아래로 눌연계곡, 금동계곡, 선녀폭포 등이 있으며 금산사, 대원사, 수왕사, 귀신사, 청룡사, 용화사 등의 고찰들이 자리하고 있다. 김제 금산사 쪽에서 접근하는 서쪽 길을 내모악이라 하고 완주의 구이 방향에서 들어가게 되는 동쪽 길을 외모악으로 나누어 부르는데 금산사가 있는 곳이 모악산으로 오르는 대문으로 통한다.

금산사 템플스테이는 사찰에서 편히 쉬며 자신을 돌아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사진=상상출판>

만경평야의 젖줄인 모악산은 과연 어떤 산일까. 일설에 따르면 모악산의 원래 이름은 금산이었다고 한다. 이는 금산사란 절 이름에 근원을 두고 한 말인데 그렇다면 금산(金山)이란 무슨 뜻인가. 이를 둘러싼 논쟁은 ‘큰 산’을 한자음으로 표기한 것이라는 설과 금산사 입구 금평호에서 사금이 나오기 때문에 ‘금(金)’자가 들어갔다는 설로 갈린다.

이 뿐만 아니라 모악산은 그 정상에 마치 어미가 어린애를 안고 있는 형태로 보이는 바위가 있어 이로부터 생겨난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금산사지(金山寺誌)’에 의하면 ‘엄 뫼’라는 말이나 ‘큰 뫼’라는 말은 아주 높은 산을 의미하는데, 한자가 들어오면서 ‘엄 뫼’는 ‘어머니 산’이라는 뜻으로 의역해서 ‘모악(母岳)’이라 했고, ‘큰 뫼’는 ‘큼’을 음역하고 ‘뫼’를 의역해서 ‘금산(金山)’이라고 적었다고 돼 있다. 여기에 절을 개창하면서 금산사(金山寺)라 불렀다는 것이다. 그래서 금산은 사명(寺名)이 되고, 모악은 본래대로 산명(山名)이 되어 모악산 금산사라는 명칭이 이뤄졌다고 한다.

한반도 최대 곡창지대 김제평야의 젖줄 모악산

모악산이 품은 금산사<사진=상상출판>

불교의 미륵사상이 도입된 이래 호남지방에서 미륵사상은 모악산을 중심으로 개화했다. 금산사의 미륵전이 그 대표적인 표상이다. 그런가 하면 후삼국을 통일한 왕건도 금산사에 유폐된 견훤을 빌미로 후백제를 점령했으며, 근세에 이르러서는 동학 혁명의 기치를 든 전봉준을 길러낸 것도 바로 모악산이었다. 모악산 일대를 신흥 종교의 메카로 만든 강증산(姜甑山)도 이산 저산 헤매다가 모악산에 이르러 천지의 대도를 깨우쳤다고 한다.

이렇듯 모악산은 동으로 구이저수지, 서로 금평저수지, 남으로 안덕저수지, 북으로 또 불선제, 중인제, 갈마제를 채우고 호남평야를 온통 적셔주는 젖꼭지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물줄기는 작은 마을을 넘어 호남평야의 중심지인 김제평야에 다다른다.

모악산은 정유재란과 동학농민봉기, 그리고 6·25 등 숱한 재난을 거치는 동안에도 훼손되지 않은 산이다. 그래서인지 매년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으며, 여러 길로 나누어진 수많은 등산코스는 제각기 독특한 산경(山景)과 민속적 신앙을 담은 암자가 하나씩 어우러져 신비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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