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신없이 일에 치여 살았기에 내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천천히 마주할 시간이 없었다. 오후 2시에 방을 배정받고 황토색 옷으로 갈아입은 후 스님과 첫인사를 나누었다. 

스님과 이야기 나누며 스님의 생각과 삶을 엿본다. 나의 삶과 이야기로 스님과 교감을 나누는 금산사 템플스테이.<사진=상상출판>

멋진 한옥 건물에 단정하게 생긴 방문을 열면 정갈한 돌담과 우거진 나무, 파란 하늘이 펼쳐진다. 잠깐 쉬는 시간이 지나간 다음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및 절 내 예절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믿을 신(信,) 행동할 행(行). 신행이란 법명을 가진 스님은 동자승처럼 웃으며 절에서 인사처럼 나누는 합장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스님은 스스로 합장을 건네며 다음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마음을 내려놓는 가장 쉬운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심원암까지 ‘숲길 명상’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금산사는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길을 걷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춰지는 풍경이다.

한참을 감탄하다 은행나무가 있는 삼거리에서 부도전을 지나 심원암 쪽 흙길을 걸었다. 처음엔 경사가 완만하다가 삼나무가 터널을 이루는 곳이 나오면서 울창한 숲이 이어졌다. 

앞만 보지 말고 뒤도 보고 옆도 보고 산도 올려다보라 말을 건넨다. 그래 인생이 어찌 앞만 보고 달린다고 잘 보이던가.<사진=상상출판>

자연의 냄새를 품은 ‘내비둬’ 템플스테이

스님은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면서 앞만 보지 말고 뒤도 보고 옆도 보고 산도 올려다보라 말을 건넨다. 그래 인생이 어찌 앞만 보고 달린다고 잘 보이던가. 천천히 걸어가며 옆도 보고, 주변 사람도 챙겨주고, 숲도 보면서 마음을 여는 일이 바로 인생일 텐데 왜 그게 쉽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자 꽉 막혀있던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기분이 들었다.

천천히 길을 걸으니 자연스레 잡생각이 없어졌다. 계곡 물소리도 점점 또렷하게 들리고 저 멀리 모악산 정상도 눈에 들어왔다. 마음을 비우니 자연스레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분 정도 오솔길을 걸으니 커다란 감나무가 서있는 심원암이 나온다.

심원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산길을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에는 약속이나 한 듯 아무도 말을 건네지 않고 묵언을 한다. 다들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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