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연구원의 ‘낙수효과에 관한 통계분석이 주는 시사점’ 자료를 보면, 국내 제조업 전체생산액에서 해외 현지생산 비중은 2009년 13.9%에서 2014년 18.5%까지 늘었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같은 기간 16.8%에서 22.1%로 5.3%p 증가했다. 2014년 기준 제조 대기업의 전체 생산액은 800조원, 이 중 약 177조원은 해외에서 생산된 것이다. 제조 대기업의 국내생산액은 623조원이고, 해외에서 생산한 177억원은 국민경제와 사실상 무관하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의 해외 현지생산 비중 역시 늘었지만, 그 증가세는 미미하다. 2009년 중소기업의 해외 현지생산 비중은 6.3%에서 2014년 7.0%로 0.7%p 증가했다. 2014년 기준 제조 중소기업 전체 생산액은 748조원이며, 52조원이 해외생산액이다. 중소기업의 국내생산액은 696조원으로 대기업의 국내생산액보다 73조원이 많다.

해외 현지생산 비중이 커졌다는 얘기는 해외시장이 확대되면서 해외진출이 늘어난 결과일 수 있다. 여기에 낙수효과를 대입한다면, 대기업의 해외 현지생산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중소기업도 함께 증가해야 한다. 대기업의 경우 2011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해외이전은 대기업과는 별개다. 중소기업 해외 현지생산 비중은 2012년 9.4%까지 증가했지만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하락추세다.

업종별로 본다면, 대기업의 경우 2009년 대비 2014년 해외 현지생산 비중이 증가한 업종은 ‘기타 제품 제조업(28%p)’, 의복을 제외한 ‘섬유제품 제조업(20.2%p)’, ‘가구제조업(15.1%p)’, ‘의복, 의복액세서리 및 모피제품 제조업(10%p)’,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9.1%p)’ 순이다. 이들 업종의 중소기업 해외 현지생산 비중 추이를 보면, 각각 3.9%p, 0.2%p, 0.7%p, -2.6%p, 4.1%p다.

‘2016년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 실태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 중소기업 모집단 13만4000여개 사업체중 47.3%가 수급기업이다. 수급기업의 절반은 대기업 또는 대기업 계열사와 거래를 하는 1차 수급기업이고, 전체 납품액 중 대기업 비중이 절반에 가깝다(46.3%).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말 그대로 의존만 하고 있을 뿐, 대기업 성장이 중소기업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대기업 해외생산 비중 증가폭 상위 5개 제조업종<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연구원 홍운선 연구위원은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대기업의 해외 현지생산은 기업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불가피한 점도 있다.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성장이 동조화되고 있다면, 대기업의 해외진출이 늘면 중소기업도 늘어야 한다”며 “별도의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만, 동조화 패턴을 보였던 과거와 달리 대기업 움직임과 중소기업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다. 낙수효과가 과거처럼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대·중소기업의 위상이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홍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연구원의 ‘중소기업 경기종합지수 개발에 관한 연구’ 자료를 보면, 2003년에서 2009년까지는 대·중소기업이 과거에 비해 미약하지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방향성이 달라졌다. 대기업들도 여력이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과 협력업체간 분석결과를 보면 1차에서 3차 협력업체로 내려갈수록 파급효과는 급격히 줄어들며, 1차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대형화되고 있다. 또 산업연관분석 결과를 보면 대기업의 고용 파급효과는 중소기업보다 낮으며, 해외 직접투자와 경기종합지수 역시 대·중소기업간 동조관계가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다. 홍 연구위원은 “이제는 낙수효과와 대기업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연구위원은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대기업은 정부가 지원하지 않아도 자기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며 “대·중소기업간 동조화가 약화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대기업은 대기업 나름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을 중심에 둔 산업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저성장 탈출 ‘수출·대기업’ 아닌 ‘내수·中企’ 답
• 관련기사 ㅣ 5대재벌 10억 매출 1명 고용…제조업 평균 9명
• 관련기사 ㅣ ‘낙수효과’ 아니라 ‘단가 후려치기’가 여전하다